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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2 별 일은 아니고

요새 하도 혼자 오래 있으면 울적해져서 오프를 포함한 주말엔 부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죄책감과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운동 방식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성별 규범에 직접적으로 저항하는 행위에 대한 인증이 인터넷에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이런 규모가 실질적으로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꽤 큰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이 규모가 지속될 것 같지는 않으나 그렇게 한번 해본 경험은 그 개인에게 큰 기억으로 남을거라는 생각을 했다. 일부러 웃어주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의 심경이 어떤 것인지를 조금은 헤아릴 수 있다. 억지로 웃어주던 세월이 길수록, 고통을 참아 가며 남의 눈에 들기 위해 애쓴 시간이 더 길 수록, 그 분노와 좌절감이 훨씬 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 2021.08.02

210730 금오프는 못참지

금오프 찍으려고 오늘 야근한 사람 나야나~ 미묘한 순간들이 있었다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을때?가 자꾸 생각이 나네 자꾸 꿈에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 나와서 추근덕거린다 나는 코로나 끝날때까지 너 만날 생각 없어! 심인성인건지 무슨 이상한 어지럼증을 겪고 있는데 되게 웃긴게...척추를 좀 뒤로 빼면 어지럼증이 잦아든다. 블로그 찾아보니까 뭐 자세가 바르지 않은 사람들 중에 이런 어지럼증을 겪는단 얘기가 있었는데, 아침에 아 병원을 갈까말까 했다가 결국 불편해서 이비인후과에 갔다. 이비인후과 의사가 회전성도 아니고 토하지도 않아서 딱히 이비인후과에서 진단할 수 있는 병(메니에르 증후군, 전정기관염, 이석증)은 아닌것 같다고 하면서 신경안정제랑 멀미약을 처방해줬다. 그런데 와..너무 오랜만에 디아제팜 먹었더니..

--- 2021.07.30

천쉐, 같이 산 지 십 년

우리가 더 이상 사랑받기만을 갈구하지 않을 때, 더 이상 도망가는데 급급하지 않고 고통을 숨기지 않을 때, 그러나 침착하게 자신을 가다듬어 어떤 이들을 위해 긴 시간을 굳건히 애쓸 때. 우리 마음이 블랙홀을 벗어나 자신을 더 이상 괴물로 취급하지 않고, 사람들이 나를 배척하거나 혐오하며 상처를 줄 거라 여기지 않고, 도리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발톱을 드러낼 수 있을 때. 선택할 줄 알며 실패를 받아들일 줄 알게 돼 비로소 좌절을 마주할 능력이 생길 때. 이해하기 힘든 슬픔, 회한, 후회를 차분히 바라볼 수 있을 떄. 그럴 때 거울 속 다정한 내 모습이 보이고 사람들 틈에서 선의의 눈빛을 구별해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나는 따뜻한 빛을 뿜어내고 타인의 친절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할 역량이 있다..

2021.07.30

토마시 에드로프스키,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그때 나는 베니에크의 벗은 몸을 보고 싶다는 욕구를 의식했고, 순간적으로 떠오른 이 갈망에 놀랐으면서도 베니에크가 옷을 벗자 심장이 널뛰었다. 그의 몸은 단단하고 신비로 가득했고, 하얗고 넓적하고 강인한 것이 남자의 몸 같았다. (적어도 나는 그리 생각했다.). 그의 유두는 내 것보다 크고 검었으며, 음경은 더 크고 길었다. 그런데 가장 혼란스러웠던 부분은 우리가 가을철에 가지고 놀던 도토리처럼 그 끝부분이 벗겨져 있었다는 점이었다. (..) 가부간에 이 차이점은 나를 들뜨게 했다. 우리가 물기를 다 닦아내자 할머니는 우리를 커다란 담요로 감싸주었고, 그러자 마치 신비의 나라로 향하는 여해에서 막 돌아온 것만 같은 기분이 되었다. (..) 도취된 나의 마음 한 편에서는 뭔가가 아득한 아픔처럼 뜨끔거렸다...

2021.07.28

210727 나는 활동가구나

사실 나는 비평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글을 쓰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더니만 이공계 논문을 쓰는게 직업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걸 바란건 아니었는데.. 한 시절에는 내가 관통한 시절들을 소설로 써서 그 시절을 닫아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학위를 받지 마자 그런 욕구가 사라졌다. 아직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어려운 책을 읽고, 시를 좋아하고, 커피를 좋아하고, 셔츠를 다려입고, 블로그를 하는 일군의 남자 무리들은 무슨 자동 생성 기계처럼 나이 불문하고 참 꾸준히 생성되는 것 같다. 비평가를 꿈꾸는 사람이랑 몇번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가끔씩 그냥 말 그대로 동의가 안 되는 지점들이 있어서 그때서야 나는 정말 활동가에 더 가까운 사람이란걸 알 수 있었다. 활동가의 일은 보다..

--- 2021.07.27

임성순, 자기 개발의 정석

"웃기죠. 남이 해 주면 보험이 되는데, 자신이 하는 도구를 사면 보험이 안 된다는 게." 전혀 웃기지 않았다. 이 부장은 진지하게 미간을 찌푸린 채 작고 흰 물체를 노려보았다. 어쩌면 6000번이 될 낯선 의사의 손가락에서 그를 구원할 물건이 눈앞에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작은 외게의 생명체나 기생충처럼 보였다. (..) "이게.. 뭡니까?" 질문은 했지만, 지금까지 겪은 과정을 돌이켜 보건대, 이것의 용도는 너무나 분명해 보였다. "아네로스라는 미국에서 개발된 전립선 마사지 기구입니다. 사용법은 여기에 손가락을 거시면 되고요. 이걸 항문으로 집어넣어서 전립선을 마사지하시면 됩니다." 41 괜찮았다. 정말이지 이 부장의 인생에서 오르가슴을 느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괜찮았다. 100 주택가는 조용했고,..

2021.07.27

210718 여자들

그곳의 여자들이랑 가까워질 수 없었던건 여자들이 서로 누가 더 이성애적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은연중에 경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나와 나이차이가 1-2세 나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지 못하고 3-4살 혹은 그 이상 나는 사람들과 더 가까이 지냈던건 그래서였다. 대화를 하기가 어려웠던건 그들 머릿속에 성별이분법이 너무 공고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성적 매력이 있다는걸 확인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지 않아도 충분히 여러 자원을 가진 사람들이었는데. 그래서 아쉬웠다. 나는 오히려 "여자들만의 ㅇㅇ" 을 강조하면서 누군가랑 친해져 본 기억이 까마득하다. 학부때 여학생회를 만들었던건 남자애들의 몰염치함이 너무 거셌고 여자애들끼리 뭉치면 남자애들이 우리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상..

- 2021.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