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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2 별 일은 아니고

stri.destride 2021. 8. 2. 13:06

요새 하도 혼자 오래 있으면 울적해져서 오프를 포함한 주말엔 부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죄책감과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운동 방식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성별 규범에 직접적으로 저항하는 행위에 대한 인증이 인터넷에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이런 규모가 실질적으로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꽤 큰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이 규모가 지속될 것 같지는 않으나 그렇게 한번 해본 경험은 그 개인에게 큰 기억으로 남을거라는 생각을 했다. 일부러 웃어주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의 심경이 어떤 것인지를 조금은 헤아릴 수 있다. 억지로 웃어주던 세월이 길수록, 고통을 참아 가며 남의 눈에 들기 위해 애쓴 시간이 더 길 수록, 그 분노와 좌절감이 훨씬 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과격하다고 보여지는 행동을 하겠지. 나는 그것이 어리석은 행위라고 질책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사실 나는 인터넷에서 유명한 논객?비평가?들의 sns 글을 읽지 않는다. 타인의 어리석음을 질책하고 그에 반박하는 논리를 키우는 일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도 하고, 그 사람들의 글들에서 묻어나는 감정들까지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피로하다. 지지자들이야 오늘도 사이다이다 하면서 읽겠지만 솔직히 나는 사이다에 제일 냉소적인 사람이다. 결국 내 기분 좋자고 남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데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힘 정치인들을 지지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 사람들의 한심함을 이야기 할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자신이 지금보다 더 살기 편한 세상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그 사람들이 이런 세상도 가능하다는 상상력을 줄 수 있는 계기를 알려주는 것이 활동가의 일이고 정치의 영역이 아닐까 싶은데. 예전처럼 불쌍한 노동자들을 대학생인 우리가 계몽하자 이런게 아니고..사람들은 이미 자기를 가르치려 드는 누군가에게 염증을 느끼고 있잖아.. 

 

그리고 내 윗세대 활동가들의 기만적인 태도 - 결국 자기한테 이익이 되는 일이어서 하는 거면서 무언가를 굉장히 희생하면서 이 일을 한다는 태도 - 가 정말 싫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힘쓰는 사람이라니 결국 그것도 그 사람의 선택이고 자기가 하고싶어서 골랐으면서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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