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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8 잔인한 사람들

인간관계를 맺을 때 나에게 이익이 될 사람을 골라서 사귄 적이 없다. 타인을 나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싶지 않다. 저 사람이 나에게 무슨 이득이 될까 생각하며 살아본 적도 없다. 너가 걔를 데리고 다니면서 소개해준 사람들, 자원들, 그런 것이 있는데 너가 얻은 것은 없지 않냐는 말에 나에게 정서적으로 중요한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내가 돌려받은 대답은 너에게 정서적으로 걔가 갖는 지분이 꽤 큰 것 같은데, 걔가 언젠가 다른 사람을 만나서 떠나거나 하면 니가 받을 충격이 걱정스럽다고 했다. 생각해보니까 그동안 나는 친한 사람이 계속 바뀌어왔고, 한 사람이랑 평생 계약관계를 맺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했지. 그게 가능할거라고 생각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굳이 우리 지금 무슨 사이냐고 물을 생각을 하지 ..

- 2021.11.08

20211028 가끔씩

일부러라도 출근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왜냐면 혼자 다닐 때 불쑥불쑥 엄마아빠가 나에게 했던 말 (상처가 되었던 말)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서 추가될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게 관건일지도 몰라 .... 엄마가 주로 나에게 하던 말은 너는 날 괴롭히려고 태어났냐, 날 부려먹으려고 태어났냐, 언제까지 이렇게 날 부려먹을 셈이냐 같은 것이었고, 가끔 늦게 들어오면 니 맘대로 나가서 살라고 하면서 (나가지 못하게 했잖아 졸업할때까지) 더 이상 너랑 말을 안 할테지만 인사를 안 하면 자길 무시한다고 화내는 행동이었다. (걍 앞에서 소리를 질렀어야 몇 년이 지난 여기서 궁시렁대고있지 않겠지) 엄마같은 사람 앞에서는 우는 소리 하고 불행하고 괴롭고 이런 얘기를 한 다음에 돈을 주면 해결된다고 해서 돈을 받아..

- 2021.10.28

211019 사랑한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이 사귀자는 말이 아닌데 다들 착각을 많이 하는구나... 나는 사람들이 자기가 나이를 헛으로 먹었다는 사실을 너무 티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꼰대짓 안 하는거랑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타인의 생각에 너무 개입하려고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아온 궤적이 다르니까 당연히 못 받아들이는 것들이 있겠지. 흘리고 다니지 말라는 말은 대체 무엇이람, 취약한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까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알아서 이야기 하고 매듭 짓고 살겠지. 사랑을 표현하는 것을 막는 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말로 하지 않아도 알아듣는다는 건 신화에 가까운 상상이다. 걱정 되서 하는 말이란 말은 그냥 자기가 피곤하기 싫다는 핑계다. 정체화 하는건 여전히 어렵다 뭔가 정체성에 ..

- 2021.10.19

211004 아는 사람의 죽음

아는 사람이 죽은지 반년이 되어간다. 세상이 너무 잔인해서 죽음이 자꾸 아는 사람들을 집어 삼킨다.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일에 성공한 사람들은 마지막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별로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고 딱히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사람도 아니어서 적당히 거리두기 했는데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던걸까? 생각나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겠지만 떠올릴 때의 고통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올해 직접적으로는 두 명의 동료를 잃었고, 더 넓게는 여섯 개가 넘는 죽음을 겪었다. 결혼식에 가보지 못하고 장례식에만 가는 삶이 익숙해지지를 않는다. 여전히 그 사람들은 왜 죽었을까? 하고 생각을 한다. 정치 하는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의 이름으로 자신의 지지를 부탁하는 글의 무책임함에 너무 화가 났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

- 2021.10.04

손보미, 작은 동네

"이제 좀 안심이 된다." 뭐가 안심이 되느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너의 인생이." 너의 삶. 너의 행복. 너의 안전. 그런 단어를 들으면 나는 열 손가락이 모두 바늘에 찔린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83 그저 자신의 딸을 도와준 여자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일지도. 혹은, 그 여자의 어떤 면이 어머니를 매혹시켰는지도 모른다. (이 마지막 진술은 사태가 끝난 뒤 비로소 완성된 의미 없는 술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상에 그렇지 않은 진술이 있을까?) 어쩄든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면서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202 2주 후 쯤, 번역 작업이 거의 끝나고 있을 무렵, 나는 아주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 모임에 나갔다 - 경기도 광주에 사는 친구는 나올 수가 없었다. "애기 땜에 내 몸이 ..

2021.10.03

한만두 후기

갈비만두로 유명한 브랜드라는 것 같다. 나는 그냥 처음 구매할 때 쿠폰도 쓸 겸 이것저것 많이 사보았다. 이제 거의 다 먹어봤는데, 재구매 할때가 된 것 같아서 일단 기록해 둠. 1) 부추갈비만두: 맛있다. 마포만두 오리지날에 거의 가까운 맛이다. 소는 적당히 달달하고 피는 쫀득하고... 고기는 분쇄육인데, 갈비만두 특유의 그 피와 소가 분리되어있는 느낌을 좋아해서 맛있게 먹었다. 크기도 크지 않고... 이건 진짜 큰 걸로 다시 살 것임 2) 물만두: 우리가 흔히 아는, 밖에 나가면 사먹을 수 있는 물만두의 맛이다. 나는 마라샹궈 새로 볶을 때 넣어먹었다. 남은 만두는 에그누들로 야매 완탕면 만들 때 넣어먹을 것이다. 이거때문에 아마 자주 구비해두지 않을까 싶음 3) 투명한 쭈꾸미 만두 물방울: 나같은 ..

-- 2021.10.01

엄기호,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자기에 대한 앎이란 그 문제를 그런 방식으로 겪는 자기를 알고 자기를 다루는 과정이지 고통의 원인을 알고 제거해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에 대한 앎은 고통의 이유를 원인으로 착각하여 마치 자기를 통제하는 것을 ㅌ오해 고통의 원인을 없앨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런 상태에서 고통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기만 채근하며 원인을 더 키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제거되지 않은 원인은 대개의 경우 더 악화되고 더 감당할 수 없는 형태로 닥쳐온다. 그럴 때 자기에 대한 앎은 무력하게 무너진다. 49 고통이 몸과 마음을 모두 장악하면 눈앞에 다른 타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고통만이 타자이다. 그러나 그 타자와 주체의 자리는 바뀌어있다. 고통이 주체가 되어 타자가 된 자신을 응시하고 이끌어간다...

2021.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