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 포어, 생각을 빼앗긴 세계

stri.destride 2022. 1. 10. 23:20

 책을 읽다 보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메타)만이 문제가 아니라는걸 조금씩 깨달을 수 있다. 책의 결론은 연결되지 않은 곳에서 사색을 하면서 삶의 주체성을 스스로가 쥐어야 한다는 내용이어서 어찌 보면 조금 뻔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론을 도출해가는 과정이 읽어볼만 하다. 이 의기양양한 기술 만능론자들의 역사적 계보를 학습할 수 있는 좋은 책들 중 하나이기도 하고. 이 기술산업 종사자들이 혁신과 투명성을 강조하지만 사실은 몰래 책을 스캔하고, 세금을 회피해서 가격을 낮추고, 우호적이지 않은 출판사들의 출판물을 노출하지 않음으로서 소비자들을 기만하는지 그들이 사용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서술한다. 어쩌다보니 진정성이라는 거짓말과 함께 읽게 되었는데, 비슷한 이야기를 정치철학자와 저널리스트의 시선에서 풀어내면 어떤지를 동시에 비교해가면서 읽을 수 있는게 좋았음 

 

하지만 브랜드의 글이 그토록 큰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은 그가 엔지니어의 충동을 함축적인 문구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컴퓨팅을 영광스런 이미지로 그렸다. 공동체가 하지 못한 일을 컴퓨터가 완성할 것이라고. 37

그는 다원주의적인 의미에서의 경쟁의 가치를 혐오하고, 경쟁을 "역사 속의 유물"로 취급한다. 그는 자신의 책 '제로 투 원'에서 이렇게 말한다. "경쟁은 우리 사회에 스며들어 ㅇ리의 사고를 왜곡하는 이데올로기다. 우리는 경쟁을 좋은 것으로 가르치고, 경쟁의 필요성을 내재화하고, 그 계명을 법제화한다. 그 결과, 우리는 스스로를 경쟁 속에 가두어놓는다. 경쟁을 하면 할수록 우리가 얻는 것은 줄어드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경쟁을 우상화함으로써 독점의 가치를 놓치게 된다. 경쟁자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 독점 기업들은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 노동자들에게 더 나은 대우를 해줄 수 있고, 중요한 문제의 해결에 집중할 수 있고,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다. 독점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매일매일 벌어지는 끔찍한 싸움을 초월"할 수 있게 된다. 47

페이스북은 때로 정부와 기업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정말 원하는 것은 개인의 투명성이다. 페이스북은 이를 "급진적 투명성" 또는 "궁극의 투명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생활의 모든 것을 공유하게 된다면 우리의 생활에서 도덕적으로 지저분한 것들이 사라지리라는 주장이다. 누구나 비밀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더라도, 알려지게 된다면 사회가 개선된다는 것이다. 84

컴퓨터가 등장한 후 수십 년 동안은 알고리듬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1960년대 여러 대학교에 컴퓨터학과가 설치되면서 '알고리듬'은 새로운 권위를 얻게 되었다. 이 단어가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사회적 지위를 얻고자 하는 프로그래머들의 열망이 있었다. 프로그래머들, 특히 대학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들은 자신들이 단순 기능직이 아니란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ㅇ느 자신들이 하는 작업을 알고듬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학자로 알려진 페르시아의 천재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 콰리즈미의 이름과 연관된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알 콰리즈미를 라틴어로는 알고리트미 라고 부른다. 12세기에 알 콰리즈미의 저작이 번역되면서 아라비아 숫자가 서구에 도입되었으며, 그의 저술은 대수학과 삼각법의 기원이 되었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알고리듬이 프로그래밍의 기본 요소라고 설명함으로써 자신들을 위대한 수학의 역사와 연결시킬 수 있었다. (..)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는 약간의 속임수가 섞여 있었다. 알고리듬이 컴퓨터 과학의 핵심일 수는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과학적인 개념은 아니기 때문이다. 알고리듬은 배관이나 혹은 군대의 지휘체계처럼 하나의 시스템이다. (..) 시스템은 인간이 만든 것이지 수학적 법칙이 아니다. 알고리듬의 기원에 인간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도, 사람들은 알고리듬을 생각할 때 인간적인 오류 가능성을 가정하지 않는다. 알고리듬이 대출 신청을 거부하거나 비행기표 가격을 결정할 때면, 비인격적이고 협상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알고리듬에는 편견이나 직관,감정, 용서 따위가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94-5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새롭게 등장한 지식 독점기업들의 핵심은 지식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거르고 정리해주는 데 있다. 우리는 소수의 지식 독점기업들에게 의존해서 (지식의) 위계를 파악하고, 무엇을 읽고 무엇을 건너뛰어야 할지 결정하며, 정보의 승자와 패자가 무엇인지 골라낸다. 111

 

페이스북이 뉴스 산업을 무너뜨리고 미국의 시민문화를 망가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저커버그를 보면 분노가 치민다. 저커버그가 부인할지라도, 대중을 정보로 인도하는 과정은 엄청난 문화적/정치적 권력의 원천이다. 이 권력을 과거에는 '게이트키핑이라고 불렀으며, 신성한 의무로 보았따. 122

 

아마존은 새로운 룰을 만들어내며 성공해왔다. 따라서 아마존은 유명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대신 새로운 작가들을 키웠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는 대량의 장르소설 작가들을 발굴해서 자체적으로 대중 소설 진영을 구축했다. 돈을 벌지 못하는 변호사, 가르치는 일에 흥미를 잃은 교사들에게 "써둔 원고가 있으면 킨들에 출간하라."고 권했고, 그들은 선인세를 받지 않고도 책을 발행하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아마존은 그들의 작품을 출간하는 데 드는 재정적인위험이 적거나 거의 없었다. 그렇게발간된 책은 가격이 아주 싸거나 때로는 무료였기 때문에 나름의 독자층이 있었다. 무명의 스릴러 소설 작가는 스티븐 킹과 동일한 가격대로는 경쟁ㄷ이 되지 않았지만 훨씬 싼 가격이라면 한번 붙어볼 만 했다. 이는 아마존이 선호하는 방식과 잘 맞아떨어졌다. 즉 싼 제품을 많이 팔아 수익을 내는 것이다. 136

 

베이조스가 대중들의 머릿속에 전자책 가격을 그렇게 각인켜시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에는 사악한 가정이 숨어있었다. 책의 가격은 물리적인 비용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글쓰기나 편집에 들어가는 비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베이조스는 지적 자본, 창의성, 그리고 복잡한 사고에 소요되는 시간에서 아무런 경제적 가치를 찾지 못한 것이다. 136

 

 

스튜어트 브랜드, 홀어스 카탈로그 (급진적인 개인주의와 자립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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