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노 히데유키, 수수께끼의 독립국가 소말릴란드

stri.destride 2021. 8. 19. 23:33

 

100미터 정도 걸었는데, 10명이 말을 걸어왔다. 그중에는 거지도 많았다. 남녀노소, 지체장애인 할 것 없이 모두 손을 내밀거나 소매를 잡아당기며 한 푼 달라고 구걸했다. 다행히 그곳 거지들도 '초고속'이어서 고개를 저으면 바로 가버린다. 세계에서 포기가 가장 빠른 거지였다.

하지만 그곳 거지들은 소말리인이 아니다. 와이얍은 "거지들 대부분은 에티오피아인이다. 소말리인들은 구걸 같은 건 하지 않는다. 그정도로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설령 있다 하더라도 구걸하지 않고 차라리 남의 것을 훔치고 만다"고 했다. 구걸하느니 차라리 훔친다는 말은 소말리인들의 자존심과 기상을 강조한 것이다. 45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민족 안에 더 확실한 그룹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문화인류학에서는 씨족clan으로 칭한다. 조상을 공유하거나 모시는 혈연집단이다.

하지만 일본 언론에서는 아직도 트라이브tribe의 오역인 부족을 계속 사용하면서 씨족과 민족 개념을 흐려놓는다. 여기서 오해와 혼란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국가들은 부족사회여서 국가 통일이 어렵고 내젼이 발생하기 쉽다. 소말리아 내전도 마찬가지다"라고 쓰인 책이나 기사를 자주 보게 된다. 이는 틀린 말이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은 하나의 국가에 여러 민족이 모여 있다. 한 나라에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이 있는 것과 같아서 분쟁이 발생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95

 

내가 만난 30세 이상의 소말리인 중 이혼 경험이 없는 사람이 오히려 적을 정도였다. 왜 이렇게 빨리 이혼하는지 묻자 와이얍은 "서로 미워하는 두 사람이 같이 생활하는 건 지옥이다."라고 했다.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안 됐으나 그 기분은 충분히 이해되었고 그의 솔직함에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결혼하면 원수가 돼버리는 이유는 남자들이 바람을 피우기 때문이란다. 이해하기 어려운 건 그게 '불륜'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