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멜라, 적어도 두 번

stri.destride 2021. 8. 19. 23:15

 

"여기가 어딘 줄 알아? 그 유명한 이태원이야. 이태원에 가면 꼭 들른다는 남산이라고. 이태원에 가는 사람들은 밤새 술 마시고 놀다 다음 날 아침이면 다 같이 도서관에 가. 그게 코스야. 너 도서관 회원 카드봤어?" 

미스터 X는 서울 시내 도서관 어디에서나 통하는 회원 카드를 보여주었다. 미스터X의 말에 따르면 이태원에 가면 IS가 모이는 아지트가 있는데 그들은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만나 밤새 이야기를 나눈 후 아침이 되면 남산으로 산책을 간다고 했다. 25

 

이 여정은 문화적 전유와 수행을 향한 것이다. 김완선의 노래를 '호르몬'으로 해석하면서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한 노래"를 이어 부르러 가는 길. 이는 일상의 곳곳에서 유쾌한 퀴어적 정동을 찾아내고야 마는 문화적 수행의 감각과 그 역사적 계보로 이어진다. 도림이 인생을 걸고 하필 이태원을 찾아가려는 것은 퀴어적 공간과 관계 속에서 더 쉽게 퀴어적 수행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수행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남자 여자 구별 없이 그냥 로봇"이 되고 싶은 도림에게, 여자가 되든 남자가 되든 다 좋지만 하나로 한정하지 않고 논바이너리 젠더퀴어로 살아도 좋다고 말해줄 사람이 꼭 필요하다. 그것을 자신의 삶으로 보여줄 어른들이 더더욱. 277-8

 

정열적이고 시원시원한 레사 덕분에 '내 운명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과정은 유쾌하고 사랑스럽다. 레즈비언이 되는 사주팔자란 걸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그러지 않겠다고 말하는 레사의 대답은, 인간의 운명을 확정하지 않고 매일 각자의 수행성에서부터 세계를 설명해가는 퀴어적 ㅇ니식론을 새로운 세계의 원리로 만든다.

그렇게 미지의 방정식의 답을 구하는 매일의 과정이 훨씬 더 우리의 삶에 가깝다. 주어진 방정식의 고정된 값이 아니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지수X가 되는 것. 자신의 정체성 숫자를 스스로 만들고 자신의 몸을 스스로 설명하는 방정식. 운명이 아니라 여정으로서의 삶. 저들이 확정해둔 운명이 아니라 자신의 관계성과 수행성을 충실히 살아가면서 스스로가 되는 삶. 280

 

 

흐미 이제보니 미지수 방정식 이런 단어의 정의가 맞는가 급 헷갈리네.... 자꾸 퀴어적인 무언가가 아름답다고 나에게 얘기하던 사람에게, 아 성소수자 사는게 다 똑같지 뭐가 아름답다는거야 하고 약간 심드렁한 마음이었는데, 어느 날 친구가, 그 날 범일동에서 상대의 표정을 자기는 마주 앉았기 때문에 볼 수 있었는데, 너무 행복해보이는 표정이었다고, 해서 나중에 더 놀란 기억이 있다 ..... 내가 잘못한거지 뭐 ㅠㅠ 어쩌면 나의 심드렁함과 지겨움은 내가 직업 성소수자여서 이미 친구들도 다 성소수자라서 그런 것 일지도. 하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