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stri.destride 2021. 8. 12. 14:07

 

외로움, 불안, 희망, 군더더기 없는 인물들, 인물들 간의 상호 작용. 오히려 이 소설 안에서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존재는 af인 클라라.

 

"아마 없을 거야. 너 같은 에이에프는 당연히 없고. 그러니까 아이가 속상하고 슬픈 듯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거나 유 리창 밖에서 불쾌한 말을 하더라도 마음 쓰지 마. 이것만 알아 둬. 그런 아이는 불만에 차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런 아이는, 에이에프가 없으니 틀림없이 외로울 거예요."

"그래, 그것도 맞아." 매니저가 조용히 말했다. "외롭겠지, 그래." 23

 

"내 말 잘 들어 봐. 아이들은 툭하면 약속을 해. 창가로 와서 온갖 약속을 다 하지. 다시 오겠다고 하고 다른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해. 그런 일이 수시로 일어나. 그런데 그래 놓고 다시 안 오는 아이가 훨씬 많아. 더 심한 경우는, 아이가 다시 오긴 했는데 딱하게도 기다렸던 에이에프를 외면하고 다른 에이에프를 고르기도 해. 아이들은 원래 그래. 너는 늘 세상을 관찰하면서 많은 걸 배웠지. 이것도 잘 명심해두렴. 알겠니?" 57

 

조시는 다시 나에게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부엌에 내려가서 아침을 먹는 동안 한 번도 웃지 않았다. 그때 나는 조시가 어머니와 커피 타임을 같이하지 못하면 그날 조시의 하루에 외로움이 스며들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82

 

"아까 네가 한 말 말이야." 어머니가 말했다. "조시가 좋아질 거라고. 특별한 도움이 찾아올 거라고. 그냥 하는 말인거지?"

"죄송해요. 어머니, 의사 선생님, 가정부 멜라니아 모두 조시의 상태를 신중하게 살피고 있다는 거 알아요. 매우 우려할 만한 상태라는 것도요. 그렇지만 저는 조시가 곧 좋아질 거라고 기대해요."

"그냥 희망이야? 아니면 네가 기대하는 뭔가 구체적인 게 있는거야? 우리가 아직 모르는 거?"

"제 생각에는... 그냥 희망인 것 같아요. 하지만 진짜 희망이에요. 저는 조시가 곧 좋아질 거라고 믿어요."

그 뒤로 한동안 어머니는 말없이 창밖을 멍한 눈빛으로 응시했다. 나는 어머니가 우리 앞에 있는 도로를 과연 볼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너는 똑똑한 에이에프야. 어쩌면 우리가 못 보는 걸 보는지도 모르지. 네가 희망을 갖는 게 맞는 일일 수도 있지. 네가 옳을지도." 165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계속 조시를 면밀하게 관찰하면 제 능력으로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다른 것도 좀 물어보자. 이런 걸 묻고 싶어.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 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만약에 그런 게 있다면 말이야. 그렇다면 조시를 배우려면 조시의 습관이나 특징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걸 알아야 하지 않겠어? 조시의 마음을 배워야 하지 않아?" 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