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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4 아는 사람의 죽음

아는 사람이 죽은지 반년이 되어간다. 세상이 너무 잔인해서 죽음이 자꾸 아는 사람들을 집어 삼킨다.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일에 성공한 사람들은 마지막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별로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고 딱히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사람도 아니어서 적당히 거리두기 했는데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던걸까? 생각나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겠지만 떠올릴 때의 고통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올해 직접적으로는 두 명의 동료를 잃었고, 더 넓게는 여섯 개가 넘는 죽음을 겪었다. 결혼식에 가보지 못하고 장례식에만 가는 삶이 익숙해지지를 않는다. 여전히 그 사람들은 왜 죽었을까? 하고 생각을 한다. 정치 하는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의 이름으로 자신의 지지를 부탁하는 글의 무책임함에 너무 화가 났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

- 2021.10.04

210718 여자들

그곳의 여자들이랑 가까워질 수 없었던건 여자들이 서로 누가 더 이성애적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은연중에 경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나와 나이차이가 1-2세 나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지 못하고 3-4살 혹은 그 이상 나는 사람들과 더 가까이 지냈던건 그래서였다. 대화를 하기가 어려웠던건 그들 머릿속에 성별이분법이 너무 공고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성적 매력이 있다는걸 확인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지 않아도 충분히 여러 자원을 가진 사람들이었는데. 그래서 아쉬웠다. 나는 오히려 "여자들만의 ㅇㅇ" 을 강조하면서 누군가랑 친해져 본 기억이 까마득하다. 학부때 여학생회를 만들었던건 남자애들의 몰염치함이 너무 거셌고 여자애들끼리 뭉치면 남자애들이 우리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상..

- 2021.07.19

210607 지긋지긋

언제나 이 판의 부조리함이나 자잘한 비합리성에 실망하고 뜰 궁리를 하곤 했었는데 상대를 바꿔가면서 계속 열받게하는 사람이 나타나는걸 보면 그냥 내가 계속해서 물어뜯을 상대 혹은 불만을 가질 사항을 찾아다니는지도 모르겠다. 뭐 분명 상대가 잘못 말한게 맞긴 한데.... 늙은이들을 믿을 수가 없다. 나도 늙은이가 되면 사라져야 하나. 하여간 제일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늙은이들이다 애가 이상한 행동을 하면 왜 그러냐고 물어보거나 이걸 왜 하는지 물어보거나..애정은 표현해야 하는 것임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아이를 갖지 않을 것이다. 엄마아빠가 공을 많이 들인 동생에게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요구했으면 좋겠다. 걔는 항상 애고 약하고 도움이 필요하고 나는 이제는 전세금 갚는걸 명목으로 돈도 주고 의료보험부양도..

- 2021.06.07

210521 제발 솔직하게

아휴 온스가서 그린와인 까고싶은 날이다 하지만 나의 현실은 오늘저녁에 줌회의2개..세상에 이런일이? 지금 매일매일 새 책을 살까말까 고민하는 중인데 찾아보니 2주전에 내가 책을 샀었다 반감기가 2주인건가? 그런데 재밌는건 그때 산 책은 아직 다 읽지도 못했다는거다,, * 제발 자기 자신의 욕구를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그걸 알아채는게 이제는 너무 피곤하다

- 2021.05.21

210516 진 느낌 아니에요?

예전에 머박적 오해를 내가 한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 이제 엄청 공들여서 질문을 보낸 적이 있다 (다시 보고도 내가 감탄했다 너무 잘 써서) 알고보니 그냥 오해였던거여서 나는 너무 좋았는데 주변에 어떤 사람이 나한테 물어봤었다 만약에 상대가 아니라고 하면 지는 느낌 아니에요? 나는 오해가 풀려서 좋고, 그런 사이를 바라지 않았는데 상대도 그렇다고 답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고 했었지 관계에 대해 이기고 지는걸 생각 안한지 꽤 오래되었던 것 같다 내가 인간관계를 맺을 때 항상 생각하는 원칙은 그냥 지금에만 충실할 것

- 2021.05.16

0510 도무지 연애는

연애를 할 생각이 없다 퀴어 커뮤니티의 나이든 사람들에게도 이성애자들이랑 비슷한 사고가 있는데, 애인 없으면 큰일나는줄 아는 것이다. 제발~!!! 나는 지금 강도의 인간관계를 여러개 맺고 사는 것이 제일 행복하다,, 일단 부모님부터가 서로 너무 안 맞는데 맞춰가려는 생각도 크게 없었던 사람들이고,, 이성애는 더욱 생각이 업ㄱ으며,, 그렇다고 동성애자라고 나랑 가치관이 맞는 사람 찾긴 더 어렵고,, 연애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연애에 올인해버리던데 그것도 내 성격에 잘 맞는 것 같지도 않고,, 저는 이대로도 잘 삽니다,, 제발 간섭 노노

- 2021.05.11

200507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날 사랑하는게 아니고 날 사랑하고 있다는 너의 마음을 사랑하고 있는게 아닌지~ 날 바라보는게 아니고 날 바라보고 있다는 너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게 아닌지~ 오지은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일부 - 어제 유튜브 보다가 문득 떠오른거였는데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같이 도와줄 사람, 나를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는 사람에게 애정을 더 쏟는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음!!

- 2021.05.07

210506-7 가끔씩

아는 사람이 죽은지 두 달 반이 지났다. 부고 소식을 듣고 담배피러 위층 올라가는데 아빠가 인사하길래 아 또 아는사람 죽었다고 그래서 아빠가 뭐라고 했더라..나는 자살이라고 또 자살했다고 대답했던 것 같다. 매년 이래저래 자살하든 병걸려죽든 일찍 죽는 사람들을 많이 보다보니까 예전만큼 황망하진 않다. 다만 이럴때마다 성소수자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성소수자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하던 이성애자들이 생각나서 짜증이 확 난다. 너네가 잘 했으면 사람들이 이렇게 죽지 않잖아, 너네 앞에서 우는 성소수자들은 없었겠지 하는 요상하게 꼬인 마음. 죽음을 많이 겪은 사람들은 그렇게 격한 감정을 서로에게 뱉지도 않는다. 나는 추모한다는 해시태그와 기사들을 보면서 니들은 사람이 죽고 나면..

- 2021.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