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위기를 단순한 외환 부족에서 일어난, 그것을 갚은 뒤에 진화된 단기간의 사건이 아니라, 전지구적 변동 속에서 그때까지 한국을 이끌어온 권위주의 개발국가 시스템 자체가 문제시된 사태, 그에 대한 대응으로서 '신자유주의적 전환'을 야기한 핵심 계기로 파악하고자 한다. IMF의 시간을 '그때는 어둡고 어려웠었지'의 시간이 아니라, IMF위기와 그 해법을 통해 새로운 금융 축적의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고 신자유주의가 삶의 영역마저 잠식하게 된 한국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시간으로 바라보려 한다.
후자는 IMF경제위기의 해법의 결과로 효율화되고 유연화된 노동시장 구조에서 가장 약한 고리에 있는 노동자로서, 자전적 이야기의 주체로서 주목하고 있다는 데서도 차이가 있다.
특히 김마리씨 인터뷰에서는 인터뷰어인 나의 현재와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결혼과 출산 여부를 두고 여성에게 있어 '가족'의 의미와 가족주의에 대해 들여다보고자 했다.
인권운동 이런거 있잖아요. 너무 위선적인 거에요. 인권이란 말 자체가 냉전 때 소련 공산주의로부터 평등에 대한 압박이 너무 심하니까 미국에서 만든 말 아니에요? 약간의 권리를 더 찾는 걸로는 충분치 않은 것 같고, 갈아엎어야 된다, 이런 생각이 있는 거죠.
학원에서 배운건)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했어요. 내가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실패를거듭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한 배움을 갖기도 전에 나의 확고한 생각과 취향이 정해졌으니까요.
'결국 내가 할 수 있는건 이게(정당 일)최선인 것 같다, 내가 가장 잘하는 거고 가장 높게 평가 받을 수 있는 일이고, 내 역사를 물거품으로 만들지는 않는 일이다', 그래서 결국엔 돌아간 거죠.
이는 하고 싶은 일 내지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신념과 자신의 밥벌이(직업)를 일치시켰을 때 대부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는 긴장감 역시 우리 시대의 지배적인 감각 중 하나다.
그래서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로는 실수가 한번도 없었어요.
고교 시절 연극부부터 그는 오랫 동안 무대 위에 서왔고 연극을 자신의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부모님도 조금은 예상했던 것 같아요. 예컨대 나중에 엄마가 그러는 거예요. 친구한테 '우리 아들은 속을 너무 안 썩여서 이상하다'고 했더니 그분이 그랬대요. '분명히 서른 되기 전에 뭔가 큰 일을 터트릴 거다.' 반박할 수가 없더라고요.
근데 가족들과 저와의 관계하고 게이로서 사는 것의 관계, 그건 첨예한 부분인 것 같아요. 전 사실 가족들한테 커밍아웃하고 나면 즉각 끝날 줄 알았어요. 근데 오히려 가족들이 그걸 받아들이기로 하고 나니까 저만의 얘기가 아닌 거예요.
일단은 먹는 거 쫓아다닐 만큼 사람들이 여유로워졌구나 생각이 들긴 해요. 아무리 의식주가 기본이라고 해도 끼니가 아니라 맛을 위해서 어딜 다닌다는 게. 한편으로는 미식이라는 게 어디에서나 굉장히 쉽게 할 수 있는 취미거든요. 그래서 행복을 위장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 같은 사람들이 진짜 돈이 있고 시간이 있으면 스포츠나 다른 걸 할 텐데, 그게 안 되니까 결국엔 하루 한 끼라도 좋은 식사로 때우는 거구나.
문화라는 게 차근차근 커져야 사람들이 논의하고 부딪쳐가면서 기반이라든가 이런 게 생기는데, 갑자기 팽창해버리면 그걸 못 따라가는 거죠. 크기가 커지기보단 밀도가 빽빽해져야 되는데 지금은 반대예요.
저는 항상 그런 생각 들거든요. 사람은 혼날 만큼만 혼나야 된다고. 일하는 사람한테 그 이상으로 인신공격 하는 건 정말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거(종업원을 대하는 손님의 태도) 하나하나가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분명히 감정노동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다른 데 가서도 그게 어느 순간 튀어나올 수 있거든요.
전 실패가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안 할 수 있다면 안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실패해봤자 상처나 그걸로 인한 딱지들 때문에 군살이 더 ㅁ낳이 붙는 것 같아요. 그리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늦은 게 맞고요. 제가 늦긴 늦었죠.
광주에선 공공 영역의 비중이 엄청나게 커요. 기업이 없닷피 하니까. 불만은 많아도 공공기관들 눈 밖에 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니까 눈치만 보는 거죠. 그리고 일 자체가, 원청인 공무원들이나 심지어 이걸 접하는 사람들조차 누구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거든요.
사실 그동안 소외당해온 친구들이 서로 의지해 거기까지 걸어가서 모두 바다를 보는 게 대안학교의 로망인 거잖아요. 그런데 문제아들이 섞이니까 '아 X발 너무 힘들어',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근데 또 초등학교,중학교를 홈스쿨링 하거나 다른 대안학교 나온 친구들은 '아, 재밌어, 재밌어' 이러고 있고. 걔네들은 제가 영원히 이길 수 없는 존재들이죠.
미래를 그릴 때 현재를 그대로 연장하는 대신, 여지를 많이 두는 힘을 기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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