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와서, 통영 육지도 막바지인 한실이라는 마을에서 보는 판데는 좁다란 수로다. 현재는 여수로 가는 윤선의 항로가 되어 있고 해저 터널이 가설되어 있다. 왜정시에는 해저 터널을 다이코보리라 불럿다. 역사상 풍신수길이 조선까지 출진한 일이 없었는데 일본인들까지 해저 터널을 다이코뵈라 불렀으니 우습다. 13
연순은 그날 밤 뒤창을 열어놓고 밤새껏 멍하니 앉아 있었다. 대숲에 궂은비가 치직치직 내리고 있었다. 65
"어머니 그만, 그만합시다. 아버지 들으세요"
"생이요."
용빈은 돌아본다
"나도 정말 남부끄러 죽겄소. 예배당에 나가도 남들이 모두 다 쳐다보고, 밖에 나가기도 싫습니더."
"견뎌야지."
배 속에서밀어낸 듯 굵은 목소리였다.
"어떻게 다 같은 우리 형제가 그럴 수 있을까?"
"원죄야. 사람은 누구나 다 그럴 수 있어. 안 한다 뿐이지."
하고 이번에는 사나이처럼 낮게 웃었다.
용옥이 눈에는 공포가 서렸다. 224
"오빠, 저 같은 여자도 결혼할 수 있을까요?"
정윤이는 성냥을 버리고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인 뒤,
"용빈이가 이렇게 여자다웠던가?"
하며 슬그머니 웃는다.
"실망이군요."
용빈의 얼굴에 서글픔이 번졌다.
"용빈이, 용빈이 생각은 과민해. 자기의 애정을 주지 못하면서 상대방에게 벅찬 짐을 나누어 가져달라니 말이야."
"호호호..."
용빈의 웃음 소리는 허공을 울렸다.
"참 그렇군요. 주제넘군요."
371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imf키드의생애, 안은별 (0) | 2018.04.17 |
---|---|
죽이러 갑니다, 가쿠타 미쓰요 (0) | 2018.04.04 |
언덕 중간의 집, 가쿠타 미쓰요 (0) | 2018.03.29 |
여기는 아미코, 이마무라 나쓰코 (0) | 2018.03.29 |
안녕 시모키타자와, 요시모토 바나나 (0) | 2018.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