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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7

stri.destride 2022. 6. 17. 20:10

 

너무 너무 바빠서 요단강을 가게 생겼다

그 와중에 일은 휘몰아치고..

 

요즘 들어 가장 좋았던 글 공유 

"어느 날 술자리에서 누군가가 농담처럼 이제 너는 레즈비언도 아니라는 말을 반복해서 했을 때도 나는 수습할 수 없을 만큼 펑펑 울었다. 나는 상처를 받았다. 내가 더 이상 남들 눈에 레즈비언이라고 할 자격이 없어 보인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내 지난 관계들과 사랑했던 사람들을 바로 그 이름을 통해서가 아니라면 뭐라고 불러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가질 수 있었던 유일한 아름다운 것들을 송두리째 몰수당한 기분이 들었다. 여자친구라는 말 따위로는 차마 담아낼 수 없는 세상 전부가 거기에 있었다. 우리는 자리가 없는 세상 속에서 사랑하고 살아남기 위해 서로에게 자리를 만들었다. 만약 더 이상 내가 레즈비언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그 자리가 그래왔던 것처럼,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도록 어딘가에 묻어 두면 되는 것일까? 그러다 어느 날 내가 기억하는 것을 멈추면 묻어 둔 내 세상 전부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창조적인 만큼이나 연약한 퀴어 세계 만들기의 기획은 때로 나를, 우리를 상실의 감각 속에서 울게 만든다.

앞으로 가족이 돼 아이를 낳을 '이성애자 커플'이라는 단위가 아니라면, 세상은 그 외의 것들에게 어떤 권리나 의무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고립시킨다. 그래서 동성애 인권 운동의 주된 요구 중 하나가 바로 결혼할 권리인 것이다. 이러한 권리의 요구는 물론 '자리 없는' 동성애자들에게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겠지만, 동시에 이성애 규범성이 의존하는 '정상 가족'이라는 단위 자체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제도적 승인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퀴어 친밀성의 관계들을 공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세상이 마땅한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던 내 관계들을 기억하기 위해 이렇게 질문한다."

https://m8.hankookilbo.com/News/Read/A2022060907540001651

 

세상은 레즈비언 연애에 자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나는 2년 전 한 남자애와 사랑에 빠졌다. 그건 내게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는데 왜냐하면 그때까지 나는 단 한번도 여자애를 사랑하듯 남자애를 사랑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만

m.hankookilbo.com

 

 

글을 읽으면서 이연숙 작가가 엉엉 울었다던 대목은 내가 가끔씩 어떤 말들을 들었을 때 느끼는 감정과 가장 흡사한 대목이다. 나는 디스포리아는 없지만 여성인줄은 모르겠는 채로 살고 내가 에이섹슈얼에 가깝지 않을까 대충 생각한다. 파트너 한 명을 최고의 친구로, 가족으로, 연인으로, 섹스 상대로.... 한 사람과 영구한 계약 관계를 맺는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고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다. 어떻게 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 역할을 요구하고, 한 사람에게만 사랑받으려고 노력해야하고, 그 사람이 나의 행동을 사랑이라는 이유로 제한할 때에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주 아주 옛날에는 내가 레즈비언이라고 생각했다가, 언제는 내가 바이섹슈얼이라고 생각했다가, 이제는 대충 에이스펙트럼 어딘가에 알아서 있겠거니 생각하면서 사는데. 어차피 정체성은 바뀔 수 있는 거니까 대충 바뀐거같구나 하면 바뀐거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파트너를 만들지 않으면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너 그렇게 맨날 게이랑 붙어 다니다가 걔가 애인 생기면 어쩔래 (그럼 새 친구 만들면 되지) 나중에 아플 때 아무도 너 안 돌봐주면 어떡할래 (그러면 간병인을 고용해야 하는 거 아닌가?) 늙어서 기력 없을 때 도와줄 사람 필요하고, 외롭다 (늙어서 외로우니까 그 때 필요성을 느끼면 만나면 안 되나?) 너 나중에 유명해지면 너랑 사귈 사람 아무도 없으니 안 유명할때 누구 사귀어라 (두 개가 뭔 상관이지..? 그리고 그냥 민간행사 주최자라고 해서 유명해질 건 아닌거같고 전임자가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애초에 네임드였던거고..나는 내가 사람들 눈에 잘 띄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잘 안다)

 

 

동성 애인이 없으면 내가 계속 자격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 속에서, 유일하게 그게 다 무슨 상관이냐고 해줬던 사람이 있었다. 

"너네는 서로에게 잘 해주잖아. 그러면 된 거지."

 

 

그냥 내가 즐거워서 같이 노는거고, 사랑받고 싶어서 잘 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관계도 아니고, 그냥 제가 괜찮고 저는 지금 이 상태가 좋아요. 그러니까 내버려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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