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 지 어언 N년 째..대화가 유독 힘든 집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집단은 무슨 이야기를 하든 죄다 '나'에 초점을 맞춰서 자신의 TMI (대화자가 얻고자 하지 않는 정보)를 남발한다는데에 있다. 그런데 내가 유독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서 더 피로도가 높을 수도 있다. 나는 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중언부언 써놓은 얘기는 아무래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요새 아주 인기가 많은 동시대 한국인이 쓴 에세이를 웬만해서는 읽지 않는다. 가치관이 잘 안 맞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이런 사람의 대화 패턴은 다음과 같다
A: 자취를 처음 시작해봐서 그런데, 난방비를 절약하려면 보일러를 외출로 틀어놓는게 나은가, 아예 끄는게 나을까?
B: 우리집은 고양이가 있어서 하루 종일 난방 틀어야 되서 난방비 많이 나옴 ㅠㅠ
나도 고양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저 문장에는 '난방비'와 '난방'이라는 단어만 있을 뿐 내가 얻고자 하는 정보가 없다. 이렇게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를 주로 이야기한다. 그런데 나는 아무래도 타인이 스스로 고생한다고 말을 하면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심적인 위로는 해줄 수 있지만 보통 그냥 푸념이 습관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사람이 아주 힘들면... 기복이 있어서 다를 수는 있기는 한데, 보통 저렇게 대화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어리광을 부려서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사실 그 정서에는 그냥 무조건적으로 자기 말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자기 자신을 낮추고 슬퍼하는 마음을 즐거워하는 마음이 깔려있다.
어리광은 딴데 가서 부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