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웃겨서 굴러다니면서 읽음. 근데 앞부분에는 너무 내 얘기 같애서 울었음. ㅠㅠ
남한테 칭찬을 받으려는 생각 속에는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다. 혼자 의연히 선 사람은 칭찬을 기대하지 않는다.물론 남의 비난에도 일일이 신경쓰지 않는다.
참 이상한 일이다. <잘돼가? 무엇이든>으로 상을 받을 때마다 꼭 아빠와 대판 싸운다. "너한텐 과분한 일이다." "너는 아직 한참 멀었다." "너는 자격이 안 된다." 아빠가 그러면 진짜 열 받는다. 나는 아빠한테 제일 칭찬받고 싶은데 아빠는 평생 칭찬 한 번을 안 해준다.
그날부터 눈물병이 시작되었다. 아침에 눈뜨면 그냥 눈물이 흐르고, 잠자리에 누우면 감은 눈 사이로 눈물이 흐르고, 요가를 하다가도 눈물이 흐르고, 카페에서 시나리오를 쓰다가도 눈물이 흘렀다. 어느 날은 ㅏ루에 다섯 번도 더 울었다.
사랑을 잃었다고 무너지면 나는 끝난다. 나한테는 나밖에 없다. 매일 매시간 매 초, 나를 때리며 악으로 버텨 왔는데, 창피한 줄 모르고 아무 때나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그렇게 매번 눈물을 흘리고 나면 마음은 편해졌다. 숨 쉴 수 있어서 좋았다.
"난 너무 불행해!" 나는 바락 소리 질렀다.
"나도 너무 불행해...." 독신주의자 B가 중얼댔다. "그래, 너는 당연히 그렇겠지' 나는 속으로 빈정댔다. '새파랗게 젊은 년이랑 여름 내내 놀다가 그년 ㄷ떠나고 나랑 있으니까 전부 다 불행하지?' 갑자기 너무 신경질이 났다. "아우, 열 받아!" 나는 애꿎은 A를 노려본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그랬더니 B가 입을 연다. "집에 가자." 70
상대가 살아온 사회와 이 사회를 만든 역사를 탓해야 하나 싶다가도 그것 또한 인간이 빚어낸 것인데 그렇다면 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기 시작하면, 나도 인간인데 이거 도무지 어디에다가 화를 내야 할 지 견적이 나오지 않아 무력감을 가질 때도 있었다.
같은 입장이 아닌 사람에게 온전한 동의와 공감을 바라진 않는다. 마음이 싫다는데 어쩌겠나. 나도 사람인지라 살다보니 나쁜 줄 알면서 싫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다만,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티 내진 말자 이 말이다.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존중도 아름답지만, 때로는 정말 싫은 마음을 완벽하게 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도 아름다운 존중이다. 진짜 싫은 상대를 위해 이 불타는 싫은 마음을 숨기는 게 얼마나 힘든데. 75
하루는 몇몇 감독이 모여 술을 마시다가 불행 배틀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자리엔 술만 마시면 항상 우는 감독이 있었다. 각자 자신의 지난 불행을 최대한 긁어모아 탈탈 털고 있는데 그는 자살 시도했던 지난 일을 털어놓으며 울기 시작했고, 이미 해는 떴지 너무 취하고 정말 졸리고 진짜 지치고 거기에 반박할 만한 더 불행한 다른 카드는 없고 그래서 그냥 다같이 울었다고 한다. 144
필수랑 같이 살면서 가끔 느끼는 차이 중에 '가족'에 대한 감정이 있다. 필수에게는 '연민'이 별로 없다. 나도 '연민'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자기 연민'은 최악이다. 이것은 그냥 민폐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꽤 관대한 편이다. 그리고 타인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큰 미덕으로 삼고 따른다.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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