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서경식씨의 책에서는, 타인도 결국은 다 타자일수밖에 없다고, 가족이든 친구든.
섭섭하게 받아들일지도 모르나 정말 결국 타자일 뿐이라고-그랬다.
아 그렇지. 모두가 나에게는 '타자'일 뿐이지. 말 그대로라도.
그리고 가끔씩 나 자신이 나에게 '타자'가 될 때가 있다.
내 몸이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예를들면- 헛구역질이 계속 난다거나 뭐만 먹으면 장염환자처럼 계속 설사한다거나 (물을 마셨는데 오분뒤에 물이 그대로 나오네!) 편도염에 걸려서 꼼짝없이 삼일동안 고열과 근육통으로 앓아누워 아무것도 못한다거나 잠을 매우매우 오래오래 자도자도 피곤하다거나 현기증에 시달린다거나 뭐만 먹으면 위가 땡땡 부어오른다거나 숨쉬기가 힘들어진다거나 하는것들.
나는 그렇게 스트레스 많이 받지 않았다고 느끼는데 정작 내 몸은 이런식이어서, 내 안에는 둘 혹은 그 이상의 내가 들어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응. 이건 내가 내 몸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아서 생긴거다, 그러니까 내 몸을 잘 돌보고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들 '생명존중'의 결론을 내리지만
내가 살아갈 권리가 있다면, 나에게는 죽을 권리도 있어서
내가 왜 죽으면 안되냐고 물었을때 그냥 무조건 '안돼'라는 대답은 나에게 별 효용이 없다.
혹은 너에게는 소중한 가족이 있잖아, 소중한 사람들이 있잖아 하는것도.
그건 결국 내가 그 사람들을 위해서 산다는 소리인데 나는 그런식으로 타자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끊임없이 왜 살아야 하는지, 왜 죽지 않아야 하는지 나는 끊임없이 되물으면서 살 수 밖에 없어.
그 이유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내가 겪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계속 변할테니까.
가끔씩은 그냥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 다 접고 어디 산속으로 숨어들어서 혼자 파고들고 싶어하지만 외려 그렇게 하면 더 내가 괴로워질 수 있다는것도 가끔은 알아. 그래서 오히려 찌질찌질 해질거같은 때에는 사람을 만나려고 해. 그리고 만나서 찌질찌질 거려. 그러면 삼일 혼자 하이킥할거 삼십분정도면 되었으니까-
가끔씩 엄청 쨍쨍 내리쬐는 햇살이라던가 엄청나게 불어오는 바람이라거나 하는 그러한 어떤 형태의 거대한 에너지들을 만나면 '죽고싶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부서져버리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자리, 이 시간에서 산산이 부서지고 싶다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싶다고 그냥. 그 에너지 자체가 되어버리고 싶다고.
이건 분명히 자살욕구랑은 다르다. 나에게 자살은 너무나도 괴로워서 하게 되는 '생의 중단 혹은 종결'인데, 나는 그냥 이 에너지 속으로 스며들고싶고 이 에너지가 되고싶고 그러한 느낌이거든.
얼마전에 만났던 분이, 한 사람의 생명이라는건 하나의 우주인데, 그 동지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나는 옆에서 보아 왔는데, 어느날 그 동지가 자살했을때의 허무감. 에 대해 이야기하셨었다.
그 동지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알면서도....아.
어쨌든 가장 단기적으로 보면 내일 나는 학원 학교 일터 팀준비모임 노트북수리 피아노연습 이런것때문에 당장 오늘 죽지 않겠지만. 어쨌든 나는 당장은 죽지 않을 것을 알아. 하지만 술에 취한채로 집에 가는 날이면 지나가는 차에 치여버릴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근데 그러면 자동차 주인은 무슨죄여..-을 하지. 당분간은 술을 마시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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