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에서 박찬경/문소리/김금화 GV로.
104분 짜리였는데 왜 난 120분짜리로 알았지; 멀티플렉스는 약간 늦게 들어가도 되는 점이 일부러 늦게 들어가게 만든다. 박찬경 감독의 가족사항도 몰랐고, 원래 미술하는 사람이었다는것도 몰랐다. 동행은 박감독의 과거 작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영화를 거의 보지 않아서 잘 모른다.
재현과 다큐의 교차, 나는 이 교차가 약간 매끄럽지 않다고 생각했다. 시작은 김금화 만신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 그리고 보는 사람들에 대한 축원을 해주는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간 가려진 여성의 삶을 여성이 풀어내는 작품은 몇번 본 것 같은데, 남성 감독이 풀어내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그만큼 내 영화 이력이 편협한걸수도 있고.) 어떤 젠더적 시선이 가미되지 않은 느낌은 좋았다. 박찬경 감독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깔끔하게 드러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비 펀딩을 하면서까지 매끈하고 세련된 연출을 해 낸것도 인상적이었다. (인터뷰와 나레이션이 드물었다는 소리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민화들을 애니메이션화 한 씬은 정신이 사나웠고 뭔가 KBS 방송국에서 나올법한 '우리문화 다시보기' 이런 느낌이어서 썩 즐겁진 않았다. 굿 음악 자체가 일단 104분 내내 편히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니어서 감독도 그런 면을 많이 신경썼다고 했는데 .... 나는 음향 자체가 엄청 사람 귀를 꽝꽝 때리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이건 아마 극장 자체 장비 상태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반쯤은 술을 받아보기 위한 의미로 (..) 질문을 던졌는데, 왜 다큐와 재현을 계속해서 교차편집했냐는 거였다. 개인적으로 내가 재현을 오글거려서 잘 보지 못하는 것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한거였는데 (이 영화에서 문소리의 연기는 어딘가 오글오글거리는 지점이 있다!! 마지막 쇠걸립 장면에서 '큰 만신이 되세요'라고 말하는 대목이라든가 ㄷㄷ 중간에 재현하는 대목이라든가) 감독은 그걸 일부러 노린거였다는 대답을 해 주었다. 아이가 무당으로써 마을 공동체에 인정받는 하나의 과정으로써 쇠걸립 장면. 그 쇠걸립 장면에서 성인 대역 배우와 김금화씨 본인과 아역이 함께 나오고, 영화에 나왔던 사람들이 모두 나오는거라고. 난 설마 유년시절 본인과의 화해 이런건 아니겠지 하고 덜덜 떨면서 봤는데 다행히 그런 의도는 아니었던듯 하다. 돌이켜보면 중간중간에 과한 연출이라고 내가 느꼈던 것은, 전통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감독의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었던 것 같다. 감독이 조금 욕심을 내서라도 자신이 눌러담고 싶었던 것을 꽉꽉 눌러담았다는 생각은 든다. 김금화씨의 '만신'으로써의 삶에 잘 포커스를 맞추었다는 느낌. 이는 '노라노'나 '왕자가 된 소녀들'하고는 꽤나 다른 느낌이다. '노라노'의 경우는 노라노씨의 디자이너로써의 삶에도 포커스를 맞추지만, 노라노씨와 후배들과의 협업을 하는 장면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느낌이었고 왕자가 된 소녀들은 한때 여성국극의 현장에서 '왕자'였던 소녀들이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그때 왜 그들이 국극을 하였는지 등을 당사자의 입을 빌려서 설명한다면 만신은 그러한 장면들을 재현으로써 비교적 매끈하게 만들어냈다는 느낌은 있다.
김금화씨는 말을 참 곱게 하는 분이었다. 무당중에 저렇게 말을 곱게 하는 사람을 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김금화씨의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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