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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양 해탄적일천 리뷰/장애가 인터뷰

stri.destride 2022. 1. 19. 10:10

출처: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9470 

 

'해탄적일천' 리뷰: 여성과 대만 사회의 관계를 담다, 대만 뉴 웨이브의 출발점

대만 뉴웨이브가 시작된 1983년 전부터 새로운 바람은 이미 불고 있었다. 타이베이의 한 아지트(이 아지트의 이름은 ‘리오 브라보’. 하워드 혹스의 서부극 제목에서 따온 이름이다.-편집자)에

www.cine21.com

 

나는 이 영화가 통속적이라고 느낀 적이 없었다. 통속적이란 말의 사전적 정의는 "세상에 널리 통하는" "비전문적이고 대체로 저속하며 일반 대중에게 쉽게 통할 수 있는"이라는 말이다. 자리가 겪는 삶은 "세상에 널리 통하는" 모습이라고 할 만큼 흔한 모습이긴 하지만, 이것을 영화라는 매체에서 흔하게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리의 삶을 세상은 '불행하다'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보통의 영화에서 표현할 태도는 자리의 엄마와 같은 태도일 것이다. 적극적으로 가부장제에 조력하는 여자들. 자리의 엄마는 행복해보이는 미소를 보이지만 어딘가 그 모습은 나에게는 섬뜩했다.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를 괴롭게 하는 일임을 알고서도, 그것을 요구하는 사람의 미소. 

"자리의 시선에 비친 대만 사회는 여전히 여성에게 선택권이 많지 않다. 아버지의 권유 때문에 연인 웨이칭과 이별하고, 일면식도 없는 여자와 결혼한 오빠는 자리에게 이렇게 항변한다. “예전에는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야심이 컸던 것 같다. 지금은 미래 생각은 잘 안 해. 아니, 기대를 안 해. 그저 일상 속에서 작은 만족감을 얻을 뿐이지. 네게 무슨 말을 할 자격은 없어.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니.”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선택한 결혼도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늦으면 늦는다고 미리 연락달라고 하는 자리에게 청더웨이는 소리친다. “내겐 일하는 공간이 있고, 네가 간섭하는 게 싫어. 난 낮에도 일하고 밤에도 일하고. 우리 집을 위해 일하는데 너는 밥 먹고 기다리는 것 외에 뭘 할 수 있어? 꽃꽂이?” "

 

이 영화가 개봉한지 40년이 지났는데도 설득력을 가진다는 점이 놀랍다. 나는 동성이든 이성이든 배우자에게 자신의 모든 인적 자원에 쏟아부을 여력을 쏟아붓는 행동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대 중반에 주변 사람들이 정치적 동지와의 낭만적 연애를 꿈꿀 때, 그 결과물로 태어나 박터지게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자라온 나는, 오히려 정치적 성향에 관계 없이 연인을 만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서로에게 헌신하고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랑을 할 수 있는 성향의 사람은 무척 적어 보이는데, 내가 대충 발을 걸친 이 사회에도 그런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아서 나는 또 흰 소리 들을 때가 종종 있고... 이런 경험이 지속적으로 있다보니 "연애에 모든 정서적 자원을 몰빵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여러 명의 사람들과 얕은 인간 관계를 형성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고 생각하는 게 잘못된 건가 싶어서 흔들린 적이 많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 수록 "나를 잘 아는 사람"에게 "편한"관계를 맺으려고만 하는 게 오히려 사람을 타성에 젖게 하는 것 같단 생각도 든다. 내가 타성에 젖은 사람이 되기 싫기 때문에 (굳이 다 이렇게 살 필요는 없음) 이게 뭐 무조건 진리 라는건 아니고..본인의 엄마를 보면 굳이 결혼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지 않나? 나는 그랬다. 오히려 이제는 아빠가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지만. 

 

" 자리는 나와 아주 다른 여성이지만 많은 여성의 삶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과 행복을 찾고 싶어한다. 사실 결혼은 해결책이 아니다. 하지만 당시 많은 젊은 여성이 결혼을 삶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했고, 결혼한 뒤에는 자신의 결정에 대해 실망했다. 여성은 주부가 되는 방법과 엄마가 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엄마가 했던 방식을 답습하고, 그러면서 행복은 더더욱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반대로 다른 세상을 본 여성은 자신을 감싸는 알을 깨뜨릴 수 있게 됐고. 그 시대가 여성에게 했던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는 단발머리를 했고, 결혼한 뒤 남편과 불화가 생겼을 때는 ‘미친년’처럼 파마를 했다. 헤어스타일을 바꾼다고 해도 자신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거다."

 

"이 영화를 처음 만들었을 때의 우리의 결정이 옳았다. 이 영화는 2년 뒤에 사라지는 영화가 아니라 영원히 잊히지 않는 클래식이 됐다."

 

아침에 재밌는 글을 보았다. 한국 씨네필들의 문화가 90년대의 구시대적 엘리트주의 문화에 정체되어있다는 이야기였는데... 예전에 독서모임에서도 이야기 했던거지만, 뭔가 자연발생하는듯 끝없이 재생산되는 하나의 집단이 생각났다. 그 사람들은 영자원에 가서 영화를 보고 (그러다가 알아보는 사람도 생겨서 로맨스도 생긴다. 영자원은 근데 9시부터 18시까지만 열어서 일반 직장 다니면 갈 수도 없고 뎀씨의 접근성이란....) 셔츠를 다려 입고 커피를 좋아하고 셀카는 안 찍고 줄그은 책 구절을 찍어 올리고 자기들끼리는 엄청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하지.. 그러나 놀라울 정도로 자기 본위적이어서 그런 사람들은 괴로워 하지만서도 무너지지는 않는 것 같음. 단정해 보이지만 자신만을 위한 세계에 갇혀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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