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만점 철거농성장, 유채림

stri.destride 2012. 12. 20. 17:56


무서웠다. 끔찍했다. 펜이 무슨 힘이 있어. 용역들 들이닥쳐 휩쓸어 버리면 그냥 훅 가는거지! 68쪽


그러나 그들은 뜨지 않는 음악을 했다. 맞춤형 음악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음아긍ㄹ 고수했다. 이 세계의 돌아가는 모양새가 도대체 제정신이 아니다. 파괴의 파괴를 거듭하면서도 건설이라고 말한다. 맞춤 형태의 예술을 하면서도 상상의 승리라고 거품을 문다. 긴장과 대립으로 치달으면서도 평화를 논한다. 입버릇처럼 함께 사는 세상 운운하면서도 절벽 아래로 굴려버리기 일쑤다. 해마다 10만 호, 30만 호 분량을 외치는데도 반지하나 옥탑방조차 구할 길이 묘연하다. 기득권을 장악한 기성세대는 꽉 움켜쥔 채 좀처럼 함께 살 길을 열지 않는다. 그러니 그들과는 우주의 저편 안드로메다의 간극이 도사리고 있다. 84-85쪽 


회의는 보나 마나 별거 없을 거다. 신입 회원이 들어왔다는 얘기가 있겠지. 정보과 형사들과 종종 말을 섞는 철대위가 있는데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얘기가 있겠지. 두리반철대위원장은 하루빨리 빵빵이차를 사서 선전전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겠지. 그리고 상도4동 철대위에서 준비한 밥을 먹겠지. 95쪽


한번 왔다가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있겠는가. 그러나 그건 의미로 가득하다. 역겨운 표현이지만 농성해본 사람은 안다. 상대방은 긴장하고, 농성자는 힘을 얻는다. 147쪽


구청은 두리반이 자꾸 목에 걸린다.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개발이 팍팍 진행돼야 한다.그래야 마포구에 부자 상인들이 들어온다. 그래야 하층 서민을 서대문구나 구로구나 부천 쪽으로 밀어내고, 양질의 중산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 세금을 꾸준히 내온 구민을 쫓아내고, 세금을 많이 낼 구민을 받아들일 수 있다. 엄청난 세수 증대! 구청은 부자가 되고 싶어 환장했다. 243쪽


*국가인권위원회법 제 32조 제 1항 제 1호의 규정에 따라, 한국전력공사는 우리 위원회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각하하기로 결정하였으니 그 사실을 통지해드립니다. 끝. 국가위원회의원장 267쪽




솔직하고 가감없다. 그래서 좋았다. 괜시리 마음 사무치게 하려는 것이 뻔히 보이는 구절 없어서 좋았다. 남들과는 다르게 투쟁하겠다는 것. 그와중에 안종녀사장이 엄청나게 고생했다는게 훤히 보인다 (-_-);;;;;;


두리반이 있던 건물은 무너졌고..인쇄소는 아직 남아있다. 어제 책을 다 읽자마자 글을 썼더라면 이얘기 저얘기 많이 풀어놓을 수 있었을까 싶다. 왜 하나도 기억이 안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