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7-18
아주 기이하게 보이는 신앙들이나 관행들이라 해도 면밀히 검토해보면, 평범하고 진부하며 '통속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상황/욕구/활동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 책에서 밝히고 싶다. 진부하고 통속적인 원인들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면, 그것들이 성/에너지/바람/비 등등의 손으로 만질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보편적인 현상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런 현상들에 근거를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략)
생활양식들이 신화와 전설로 덮여 있음으로 해서, 사람들이 사회적 동질감과 사회목적의식을 갖게 될 수는 있겠지만, 그로 말미암아 적나라한 사회적 삶의 진실들이 감추어져 있게 된다. 문화의 세속적인 원인들을 감추는 기만행위는 납덩이처럼 일반 사람들의 의식을 억누른다. 억눌러오는 이 짐을 벗어버리거나 없는 체하거나 지고 일어서거나 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중략)
왜곡된 비범한 의식상태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우리의 일상적 마음상태가 이미 신화화된 의식 - 생활 속의 실제적인 면들과는 너무나 괴리되어 있는 의식 - 이 되어 있음을 간과하려고 한다. 왜 이렇게 되고 말았는가?
그 한가지 이유로 무지가 있다. 모든 사람들이 여러 가지 방식의 생활 양식들 가운데 극히 적은 부분밖에 알지 못하고 있다. 의식을 성숙시키기 위해 신화와 전설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는 과거와 현재의 모든 문화들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또다른 한 가지의 이유는 공포가 있다. 나이들고 죽어가는 일들을 잊으려는 단 한가지 방어수단으로는 거짓의식이 효과적일는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갈등이 있다. 평범한 사회의 삶 속에서는, 항상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착취하고 지배하기 마련이다. 나이들어 죽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불공평한 현실들도 왜곡되고 신화화된다.
무지와 공포와 갈등은 일상생활의 의식에 자리잡고 있는 기본요소들이다. 이런 요소들을 이용하여 예술과 정치는, 사람들이 자기들의 사회적 삶이 무엇인지를 이해 못하게 하는 작용을 하는 집단적 환상 체계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일상생활의 의식은 스스로를 설명하지 못한다. 일상생활의 의식은, 그 의식의 존재를 밝혀주는 사실들을 부인할 수 있는 개발된 능력 덕택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
p39-41
자연발생적인 시스템이나 인위적인 시스템이나 할 것 없이 얼마간의 실패나 불화가 있을 수 있고, 그 시스템들의 복잡한 상호작용 때문에 낭비가 생길 수도 있다.
모든 인간활동을 효율적으로 동원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사로잡는 신조나 교리(doctrine)가 이용될 필요도 있다. 모든 경제 시스템이 항상 그 시스템의 최적 효율점을 중심으로 위 아래로 진동하게 된다는 점을 우리는 고려해야 한다.
낭비적이라는 것은 전통적인 농업경제의 성격이 아니고 오히려 근대 기업농의 성격이다. 예컨대 미국의 자동사료할당제, 쇠고기 생산제하에서는 소의 분뇨가 전혀 쓸모없이 폐기되며 거기에다 더 나쁜 것은 그 폐기된 분뇨가 광범위하게 지하수와 근처 호수나 강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
p123
"좋소, 물론 우리는 이 수소가 굉장히 좋은 고기를 제공하였다는 것은 알고 있소. 그러나 한 젊은이가 많은 사냥감을 잡게 될 때에 자신을 마치 대인이나 추장같이 여기게 되죠. 그리고 윌 나머지 사람들을 마치 자기의 종인 것처럼 생각하거나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우리는 이 점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오. 그는 말을 이었다. "우리는 자랑하고 다니는 놈들을 거부합니다. 왜냐하면 그의 자만심이 언젠가 그로 하여금 누군가를 죽이게 하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항상 그가 잡아온 고기가 별 쓸모 없다고 해주지요. 그래야만 그의 심장은 식게 되고 겸손해지게 되지요."
(부시맨족의 사례)
p146
그러나 얄리는 부자가 되는 길은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는 표준적인 유럽이들의 말이 계산된 기만이라고 무시할 수 있을 만한 상식을 갖고 있었다. 유럽인 대인들이 ㅡ 원주민들에게 요구하는 자기들의 모범적 인물상과는 달리 ㅡ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을 보지 않은 원주민들은 없었다.
p146-7
원주민들의 값싼 노동력과 원주민들의 땅을 착취하지 않았다면, 식민지 세력들이 그렇게 부를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원주민들이 산업국가의 생산물들을 살 돈이 없다 하더라도, 그 생산물들을 소유할 자격이 있었다. 화물신화는 이 점을 설명하고자 하는 그들의 설명방식이었다. 그리고 내가 믿기로는 그 점이 화물 신화의 진짜 비밀이다.
p223
결국 마녀광이 지닌 실제적인 의미는 마녀광란을 통해 중세 후기사회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교회와 국가로부터, 인간의 형태를 취한 가상의 괴물들에게 전가시켰다는데에 있다. 이 괴물들의 환상적인 행위들로 인해 고통을 당하고 소외되고 영세화된 대중들은 부패한 성직자들이나 탐욕스러운 귀족들을 저주하는 대신에 미쳐 날뛰는 악마들을 저주하게 되었다. 교회나 국가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대중과 사회에는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존재들이 되었다. 성직자들과 귀족들은, 도처에 흩어져 있지만 간파해내기 힘든 적들로부터 인류를 보호해주는 위대한 보호자로 등장했다.
p224
이와 반대로 마법광란은 모든 저항할 수 있는 잠재에너지를 분산시켰다. 마법광란은 가난한 자와 무산자들의 저항운동의 가능성을 박탈하고, 서로간의 사회적 거리감을 조장시키며, 서로 의심하게 하고, 이웃끼리 서로 싸우게 하며, 모든 사람들을 소외되게 했고, 모든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 넣었으며, 불신을 고조시켰고, 무기력하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 지배계급에 의존하게 했으며, 단순한 지역적인 문제에 모든 사람들이 분노하고 좌절하게 했다. 이렇게 해여 마법광란은 부의 재분배와 사회계급 타파를 요구하고 교회제도와 사회제도에 대결할 수 있는 능력을 점점 더 가난한 자들로부터 박탈하였다.
p242
'과학적 세계관'에 대한 의도적인 전복은 우리 문명의 과학기술적 하부 구조의 어느 부분인가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스러운 것이 아니다. 반문화운동의 광신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고에너지 수송수단, 반도체 전자공학, 섬유나 식량의 대량생산 등등의 과학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보다 원시적인 생산수단이나 의사소통수단으로 환원하는 데 필요한 지식도 없으며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도 결여되어있다. 아무튼 고도로 진보된 핵 기술, 인공두뇌공학, 생물리공학 등에 참여하지 못하는 종파나 계급이나 민족들은 공포의 대상이 못 된다.
결론은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할듯-_-;;;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오르한 파묵 (0) | 2012.08.03 |
---|---|
꿈꾸는 자 잡혀간다, 송경동 (0) | 2012.07.29 |
경계에서 말한다. 우에노치즈코/조한혜정 (0) | 2012.07.24 |
캐테 콜비츠 (0) | 2012.07.23 |
영화 메가네를 봤다. (0) | 2011.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