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이 죽은지 두 달 반이 지났다. 부고 소식을 듣고 담배피러 위층 올라가는데 아빠가 인사하길래 아 또 아는사람 죽었다고 그래서 아빠가 뭐라고 했더라..나는 자살이라고 또 자살했다고 대답했던 것 같다. 매년 이래저래 자살하든 병걸려죽든 일찍 죽는 사람들을 많이 보다보니까 예전만큼 황망하진 않다. 다만 이럴때마다 성소수자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성소수자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하던 이성애자들이 생각나서 짜증이 확 난다. 너네가 잘 했으면 사람들이 이렇게 죽지 않잖아, 너네 앞에서 우는 성소수자들은 없었겠지 하는 요상하게 꼬인 마음. 죽음을 많이 겪은 사람들은 그렇게 격한 감정을 서로에게 뱉지도 않는다. 나는 추모한다는 해시태그와 기사들을 보면서 니들은 사람이 죽고 나면 그제서야 부랴부랴 위하는 것처럼 행동하지. 너네들이 제일 나쁘다고 생각했다.
어제도 자전거타고 집에 돌아가는데 갑자기 그 사람은 왜 죽었지? 생각이 들어서 자전거 페달을 세게 밟았다. 한강에서 지류로 빠질때는 다리가 아파서 아 집에 어떻게 가지.. 하고 있었는데, 그때는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알 수 없다. 죽은 사람한테 물어본다고 대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강령술을 쓸 것도 아니고.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해하기를 멈춰야 하기 때문에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긴 시간 무난하게 활동해오고 비교적 안정적인 사람인 나도 이렇게 알 수 없는 감정에 시달리는데, 취약한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죽은 사람들의 행적을 알고 있으니까, 마냥 그 사람들이 순수하고 멋진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만 애도받아야 하고, 죽은 사람을 무조건 좋은 사람으로만 박제하는 그 관습이 제일 문제다. 왜 맨날 "대접받을 만한 사람"의 선을 그어놓는거야. 그러려고 사회 운동 하나?
전문직에 승진하고 자식도 대학 잘 가고 장학금 받고 힘 세고 멋진 나..의 자아를 걸친 사람들이야말로 얼마나 취약한 사람들인지 생각한다. 나라는 인간을 소개할 때 가방끈이랑 학교 이름이랑 직업이 대체 뭐가 중요한거야. 그렇게 겉 껍데기에 집착하는거 보기 흉하다. 그리고 변호사들 제발 좀 자기들 영세 자영업자인 것처럼 우는 소리 하지 말았으면. 일반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해도 변호사는 월급 맞춰준다고 다른 활동가들 곱절 월급 맞춰주는게 관행이면서도 맨날 그렇게 우는 소리.. 그러면 그냥 일반 빅펌 가서 일 하면 되지 않나? 자기 선택에 연민좀 안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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