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에 국가의 역할, 개인의 자유, 경제 활동, 봉새와 방역의 조건, 극도로 성별화되고 계급화된 '집'의 의미, 정치 지도자나 자본가들이 '결정할 수밖에 없는'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진단, 인류의 미래에 대한 구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근본적인 사유의 전환이 요청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가 자기의 공간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광범위한 기록이라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구체성을 획득하지 못한 추상적인 논의로는 이 시대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12
재난 그 자체가 파괴적인 괴멸을 초래하는 상황에서, 재난을 처리하는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으면 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 24
'내가 왜 이런 일을 겪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얼른 멈춰 버렸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별로 좋은 징조는 아니니까. 덮어놓고 의심의 눈초리로만 삶을 바라보면 무력감만 늘어날 뿐이다. 정말 어렵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더 중요한 건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생각을 하고 또 하다가 나도 모르게 눈믈을 흘리고 말았다. 무력감, 분노, 감동, 슬픔 같은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깃든 눈물이었다. (..)
내가 인생에서 거머쥔 가장 큰 행운은, 바로 페미니스트가 되서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서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42
이런 집단적인 외침은 개개인에게 힘을 북돋아 준다. 사람들이 집단적인 외침 속에서 연결 지점을 찾고 힘을 얻는 거다. 66
어떤 면에서는 돈을 기부하는 건 쉬운 일이다. 그보다 중요하고도 훨씬 어려운 건 그분들의 삶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집단주의에는 강력한 정서적 전염성이 있어서 혐오를, 더 나아가 증오를 조장한다. 중국인이 일본인을 싫어하는 것이 바로 그런 예이다. 이런 감정은 그 상황 속에 있는 사람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우리가 의료진의 노고를 칭송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연약한 면도 들여다보고있으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117
내 주변 환경과 몇몇 사람들에 관해 아는 걸 빼면, 나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방식으로 정보를 얻는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155
전염병 확산 사태가 지나가고 난 뒤, 정부는 일부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보상을 해 줘야 하고, 이번 봉쇄를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한다. 진정으로 책임을 묻고 변화하는 것, 그것만이 책임지는 모습이다. 253
친구가 물었다. "도대체 잔인한 게 바이러스니, 아니면 인간이니?"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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