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정용준, 이주란, 조수경, 임현, 정지돈, 김초엽, 시티 픽션 -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한겨레출판

stri.destride 2020. 12. 18. 13:27

이주란의 발견...

밤섬에 대한 정지돈의 sf소설이 흥미로웠다. sf...라고 볼 수 있나? ㅎㅎ 나도 항상 밤섬을 지나가면서 가보고 싶단 생각을 엄청나게 많이 해보고는 했지. 

 

데려가서 키우고 싶다.

그렇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누군가를 예뻐하고 같이 살고 싶어 하는 엄마의 마음을 가만히 생각하며 걸었다. 라면을 끓여 저녁을 먹고 누워 있다가 얼려둔 감과 함께 오랜만에 술을 마시기로 했다. 116

 

우리는 오래되어 보이는 검은색 상자에 돈을 넣고 초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차례로 눈을 감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이따금 새소리만 들려왔다. 그리고 나는 내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 일을 완전히 잊게 되길 빌었다. 나끼리 매일 싸우지 않고 내가 온전히 나 하나게 되길 빌었고 달의 뒷면처럼 영원히 볼 수 없을 것 같은 나 자신을 내가 끝내 찾아내길 빌었다. 완전히 잊게 해달라고 빌고 있는 순간에도 그날의 기억은 떠오르지만.... 그래도. 125

 

나는 참치의 불행 따위는 한마디로 날려버릴 수 있었다. 엄마에게 정신병력이 있었고 나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엄마의 죽음은 자살이라고, 다들 사고사라고 하지만 아빠의 외도와 엄마의 외도, 그 외의 것들이 겹쳐진 자살이라고, 아무도 그게 정신병 때문인지, 곹오 때문인지, 욱하는 마음에 저지른 실수인지, 깊은 고민에서 온 결단인지 알 수 없지만 자살이 분명하고 253

 

나는 생각했다. 사랑은 용서와 관심이라고, 다른 사람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허물을 감싸주고 이해해주는 거라고, 그것만이 우리게에 허락된 유일한 것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 존재는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밤섬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우주의 끝까지 길을 열었다.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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