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금정연씨가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려치며 소리쳤다. 전위는 아니다!! 나 역시 그의 말에 동의하며 의자를 발로 찼다. 전위 같은 소리! 요즘 세상에 전위가 어딨어!! 23
그것 말고 엉성한 문장, 나이브한 자본주의 비판(일반적이고 상식적으고 단순해서 전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고 반성도 불러오지 않는 비판)이 엄청멍충한을 재미없게 만든다고 우리는 말했다.
그렇다면 독자를 너무 무시하는 게 아닐까요? 아니면 작품을 창작 순서대로 배치해서 독자에게 작가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려던 겁니까? 하지만 그건 너무 가혹합니다. 너무나도 가혹합니다! 그러자 강무성 주간이 말했습니다. 자비출판했을 때부터 원래 그런 차례였습니다. 저희는 작가의 의사를 존중했을 뿐입ㄴ디ㅏ. 33
여기엔 교묘하게 가려진 부분이 있는 것 같군요. 내가 말했다. 이영훈의 어머니가 남자를 칼로 찔러서 죽인다는 사실이죠. 물론 소설에서는 그 장면을 구체적으로 그립니다. 소설의 첫머리에서 남자가 이영훈을 죽인 장면을 고스란히 반복하는듯한 서술로, 그러니까 이게 소설 내내 반복되는 패턴의 일종인 것처럼 넘어가는 건데 사실 생각할 여지가 많은 부분입니다. 이건 무엇을 위한 살인인가. 사적인 복수인가. 그렇다면 남자가 이영훈을 죽인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문제는 남자가 자기가 죽을 걸 알고도 아주머니에게 몸을 맡김으로써 아주머니를 살인자로 만든다는거에요. 자기가 속죄하기 위해 아주머니에게 죄를 넘기는 겁니다. 아주머니를 살인자로 만드는 것도 남자, 삶의 의미를 찾아 주는 것도 남자. 68
나는 사람들이 다른 영화를 보러 갈때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내 영화를 보러 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관객을 바꾸려 하고 있다는 말인가? 세계를 바꾸려 하고 있다. 그렇다. 107
어리석음에 대해서라면 사흘 밤낮을 떠들 수 있다. (..) 나쁜 짓을 저지르는 나쁜 이들은 나쁜 의도가 있기 때문에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인가, 단지 어리석기 때문에 나쁜 줄도 모르고 저지르는 것인가. (...) 사람들은 나쁘기도 하고 어리석기도 하다. 악의와 무지는 패를 번갈아 내듯 필요에 따라 번갈아 등장한다. 세상에는 악의와 무지가 공기처럼 퍼져 있습니다. 정세랑은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이를 에로에로 에너지 내지는 젤리 같은 액토플라즘이라고 불렀지요. 금정연이 말했다. 그렇다면 보건교사 안은영은 악의와 무지에 저항하는 이들의 이야기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랑씨의 작품에는 악인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악의와 무지는 등장합니다. 악의와 무지는 덧신처럼 어느 순간 우리에게 덧씌워지는 겁니다. 그건 자신도 모르는 순간 벗겨지기도 하며 누군가 다가와 벗겨주기도 합니다. 평생 신고 사는 사람들도 있을 것ㅂ니다. (112-3)
스트레스 받는은 망해가는 세계 속에서 춤추며 인류를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다. 나는 그 노래의 낙관도 비관도 아닌 어처구니없는 세계관이 마음에 들었다. 그건 절충이었고 그것도 아주 커다란 규모의 절충이었다. 그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131
사실 나는 따지고보면 금지돈보다 나이가 어리다만, 이 사람들의 끝없는 말들은 내가 20대때 보았던 남자들..뭘 많이 읽고 보는 남자들...의 양태랑 너무 닮아 있어서 소름이 돋는다..사실 나는 독서를 좀 이상하게 하는 편이라서 동시대 작가들의 책을 읽게 된지 정말 몇 년 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살아남은?텍스트들만 주로 보았고..사실 이제는 모든게 너무 많이 쏟아져나오는 시대라 오랜 시간 살아남을 텍스트라는게 있을지 그것의 의미가 어떨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여튼 동시대 작가들의 글은 긴 시간을 살아남은?글과는 굉장히 다른 결이 있고..애초에 작가들이 죽었든 한국사람이 아니든 최소한 인스타를 하지 않고 북토크를 할 일도 없으니 나의 독서는 사실 그저 내가 혼자 읽기 위한 작업이었고..나는 독서모임에 나가볼까 항상 상상을 하다가 분명히 또 지 혼자 떠드는 미친놈이 생겨나겠지.. 나는 책을 읽고 도취된 사람들의 에너지에 제풀에 지쳐서 나가 떨어지겠지.. 그냥 내가 하는 일이나 하자.. 이러고 마는 사람이었다. 꼭 일년에 두어번 정도 독서모임에 나가볼까 생각을 하는거같은데 맨날 빠르게 포기했다.
지인 말대로 이 남자들의 '괄호치기'가 아주 고약한 습성이라고 생각 하지만 이 남자들이 그렇다고 이런 행동을 하는게 나쁘다는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정말 뭘 많이 읽은 남자들이 오히려 이기적이고 자기 감정만 신경쓰지만 정작 자신의 솔직한 감정은 명료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유아적인 태도를 보이는데에 아주 질려서 그런 사람들에게 신경을 끈지 아주 오래되었다.
너무 남 욕을 써놔서 좀 민망하지만 어차피 그만큼 그들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으니까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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