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와 정신이상자를 제외하고, 이 교도소에 있는 거의 모두가 범죄자가 되기 이전의 삶을 되짚어보면 어려서 어떤 형태의 폭력을 겪은 희생자일 가능성이 높다. 39
두들겨 맞거나 쫓길 때 우리의 일부분은 스위치가 꺼진다. 폭력을 당할 때 우리 신체는 무감각해진다. 어떤 분리가 일어난다. 폭력 행위가 자행될 때, 우리는 그 폭력 행위로부터 분리된다. 이런 분리로 인해 신체적 무감각에 더해 감정적 무반응이 가능하다. 40
폭력 또는 폭력의 위협이 수시로 일어나는 가정에서는 어려서부터 하벼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가능한 위협을 감지해 저지하려고 사람들의 어조를 살피고 얼굴 표정과 몸짓을 읽는 데 능해진다. 감정을 능숙하게 다뤄 학대하는 사람의 화를 저지할 수 있게 된다. 학대하는 사람의 요구와 그 화를 유발하는 도화선을 직관적으로 알아서 그에 따라 행동을 조절한다. 시행착오를 통해 대충 꿰맞춘 이런 생존 전략을 결국에는 본능적으로 구사한다. 41
현재 '성폭력'조항으로 널리 알려진 세액공제 조항은 두 명 외의 아이가 성폭력으로 인해 임신됐다면 두 자녀 이상에 대해 보조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렇다. 셋째 아이라도 임금 보조금을 청구할 수 있지만, 아이 아버지가 성폭력범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공공정책에서 한 가지 어려운 부분이 기준선을 긋는 것인데, 이 기준선은 무심코 우리 사회의 도덕적 혼란을 드러낸다. 79
노동 계급 사람들이 그들 단체의 원댇한 계획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서 그저 노인들이 차와 커피를 마실 곳이나 십대들이 시간을 보낼 장소, 한부모를 위한 요리강좌, 또는 축구나 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을 원한다고 대답하면, 이상한 시선을 받는다. 이들이 바라는 게 너무 간단해 중간계급 사람들은 듣고서 당황해한다. 정부의 원대한 사회공학적 의제와, 대부분 전문용어에 익숙하지 못한 지역 주민들의 훨씬 더 단순하고 평범한 열망과 요구 사이에는 커대한 단절이 있다. 101
지역 주민들이 무관심한 이유는 시행되는 사업이 본인과 관계가 있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삶을 바꿔놓을 만한 사업이 민초들의 필요나 열망과는 대단히 동떨어질 수 있는데, 그것이 책임자 수준에서 구상돼 지역사회 자체에서는 거의 타당성이 없을 때 특히 그렇다. 148
내가 모르는 사람인데도, 자기 이야기를 속속들이 털어놓고 싶은 충동이 두려움을 누른 모양이다. 학대받고 방치된 피해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충동이다. 트라우마를 떠안고 있는 이들은 고통스런 기억과 사건에서 벗어나고자 들어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붙잡고 이야기를 토해낸다. 154-155
가난은 일자리 부족도 문제지만, 끈힝ㅁ없는 스트레스와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살아가면서 실수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게 문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런 혼란 속에서 자란 경험은 아이들에게 정서적 손상을 남겨 주변의 모든 것과 불화하게 할 수 있다. 172
가난과 관련해 사회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증거로서 나의 "힘 있고" "솔직하면서" "감동적인" 증언이 제시됐다. 하지만 나의 성장, 이해, 또는 열망에 비례해 내가 품은 의문이 달라지고, 활동가이건 자선단체이건 정치인이건 자기네 안건에 맞춰 내 이야기를 용도 변경하는 사람들을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간, 나는 "오만하고" "공격적이며" "위험하고" "자기연민에 빠져 있으며" "제멋대로에" "병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별볼일 없는 사이비 지식인"에 "배신하고" "항상 자기 주변의 모든 걸 재단하는 사람"으로 (186)
이몇 년마다 이따금씩 인상적인 저항 운동이 일어나긴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데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근본적 변화를 이루려는 욕심은 말할 것도 없고 정당 간 합의를 이루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예측 가능한 미래에도, 다시 말해 분명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살아가는 평생 동안에도 이 체제와 그 내부의 모든 모순이 계속되리라는 생각을 갖고서 가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191
우리 문화에서 두드러지는 부족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의 분노가 타당하다는 믿음이다. 윌는 우리 자신이 신중한 추론을 통해 결론에 도달하는 생각이 복잡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분노는 어리석은 생각과 편견 때문이라고 믿는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우리가 주장하고 있다고 믿는 고귀한 대의명분과 무관하게, 우리의 정신과정이 저들의 정신과정과 거의 동일하다는 사실을 놓친다.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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