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이슬아

stri.destride 2019. 12. 31. 10:49

 

 

재밌지 않아? 연인들의 모습이라는 게.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게. 몇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바보 같고 귀엽고 한심하고 즐겁다는 게. 우리 같기도 하고, 우리가 아는 다른 연인들 같기도 하네. 그 왜 있잖아, 사랑이라는 걸 하려는 거 아니냐고 예감하는 사람들. 그 예감이 간지러워서 키득거리는 사람들. 38 

사람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시큰둥해지거나 건방져질 때면 정혜윤 작가가 쓴 것을 읽는다. 그럼 금세 염치가 생긴다. 이렇게 게으를 때가 아니라고, 이젠 나의 외로움에서 벗어날 시간이 되었다고,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읽을 시간이 되었다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106

 

서평 모음. 앞의 글들은 나에겐 너무 내밀해서 낯뜨거웠으나 편지를 쓰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게 했고 악스트에 연재한 글들은 끔찍하게 지루했다. 그렇지만 나는 솔직하고 씩씩한, 마냥 엎어져도 눈물 한번 훔치고 다시 일어나 성실하게 걸을 것 같은 이 작가의 글들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타인의 독서록을 구경하는 일은 매우 신나고 설레는 일이다. 나 또한 여러 권의 책 목록을 덕분에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