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세상에서 죽다, 리루이

stri.destride 2013. 8. 30. 12:45



사람의 세상에서 죽다

저자
리루이 지음
출판사
시작 | 2010-03-2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리루이 장편소설『사람의 세상에서 죽다』. 이 작품은 리루이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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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아름다운 소설. 꽤나 물흐르듯 쉽게 읽히는 듯 하다가도 알쏭달쏭한 구절이 있기도 하고, 마음에 크게 와닿아 머뭇거리기도 하며 천천히 읽었다. 너무나도 예쁘고 슬픈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백사전을 알지 못했고 옛날에 배경인 책들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읽었다. 즐겁지만 마음 아픈 책. 이번 생에 내가 살아가면서 애가 타 하고 기뻐하고 하는 식으로 계속해서 마음 두었던 이들이 사실, 이전 생에도 얽혀 있는 걸까. 윤회를 마음깊이 믿는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수천년의 시간 동안 태어남과 죽음을 반복하며 엮인 인연에 관한 이야기에는 어쨌든 아득해지는 수 밖에는 없나보다. 


결국 백사는 사람이 되었다. 백사가 사람의 탈을 쓰고 있을 때, 그러니까 다시 말해 온전히 사람이 되기 전에 낳은 아들은 사람과 뱀의 중간이었지만..여러모로 마음 아픈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 책을 공항에서도 읽고 비행기에서도 읽고 숙소에서도 읽고 숙소 근처 카페에서도 읽고 숙소 4층 전기가 안들어오는 방에서도 읽고 그랬다. 읽는 중에 갑자기 파리가 달려들길래 내려가니까 지인이 밥을 다 해놨더랬다.


선과 악에 대한 구도라든가,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불교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읽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답게 산다는 건 인간이라는 생명의 한계를 지키고 인간에게 속한 모든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46


명심해라, 너는 냉정하고 공평무사한 제요인이다1 절대로 작은 선에 얽매여 대의를 잊어서는 안 된다!  71


그녀가 크게 웃는 바람에 입을 떼기는 했지만, 이미 그녀의 어깨는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109


그녀는 꽃장식을 떼어 풀밭에 버리면서 '필요 없어!'라고 말 했다. 그러고는 웃으며 사랑과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 갈게!" 116


언니, 그런데 연극이 뭐야?

연극은 말이야, 진짜 일을 가짜일처럼 보이게 하거나 가짜 일을 진짜 일처럼 보이게 하는게 아닐까?

그럼 우리도 지금 연극을 하고 있는 거잖아! 166


연극과 현실도 구분 못하니까 그러는 거잖아.

너는 구분이 돼?

청아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너는 자기가 연극 속에 있는지, 현실 속에 있는지 구분이 된단 말이야? 195


집에 돌아오는 길에 청아는 눈물이 났다. 눈물이 주룩주룩 그칠 줄을 몰랐다. 그녀는 인간 세상의 일을 어찌할 수 없었으며,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199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다녀갔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했다. 그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전부 내 입에서 나온 것 같았기에 오히려 나 자신에 대해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바른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바르지 않는 사람 입에서 나오는 말이 모두 내가 신봉하는 진리와 일치하는걸까? 241


작고 아름다운 청록색 몸뚱이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원래 너는 이렇게 작고 예뻤구나!"

그녀는 눈을 들어 법해에게 말했다.

"똑똑히 보셨죠? 이 아이는 이렇게 작았어요!" 266


"하늘은 역시 눈이 있으시구나. 이제부터 나는 이 무정한 세상을 다시는 볼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는 부들부들 떨며 아들의 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얘야, 네 말이 맞다. 다음 생에는 너나 나나 인간이 되지 말자꾸나. 나는 무릇 눈이 있는 생명은 전부 되지 않으련다. 나무나 풀, 돌이 되겠다!" 275


그는 이런 물러설 수 없는 삶을 사랑했다. 그는 이런 거절할 수 없는 삶을 증오했다. 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