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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 증명, 스이 케이

stri.destride 2013. 7. 12. 15:22



2의 증명

To becom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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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스이, 케이
출연
홍유정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80 분 | -


시놉시스 (출처: 서울인권영화제 홈페이지)

42세의 MTF 홍유정씨의 하루는 새벽 신문배달로 시작된다. 그녀가 하루 13시간씩 일하면서도 보통 월급의 절반 밖에 받지 못하는 것은, 뒷자리 첫 번호가 1이 표기된 신분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제 성별정정절차를 밟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신분증 상의 성별을 여자로 바꾸기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하지만 신문 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는 그녀가 1500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마련하기는 불가능하다. 그 대안으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녀가 여자’라는 보증서를 많이 받아 제출할 계획이지만, 15년 넘게 그녀를 알아왔던 주변사람들은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에 선뜻 동의해주지 않는다. 수술을 하지 않은 그녀는 무엇을 증명해야 2번으로 시작하는 신분증을 받을 수 있을까?

어제 한국영상자료원 내의 시네마테크에서 봤음. 운좋게 지브이도 있었다. 

아무리 티브이에 하리수가 나와서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여러 번 회자되도록 만들었다고 해도, 여전히 세상에는 성소수자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퀴어라는 말은 더하겠지. 퀴어 영화중에서도 트랜스젠더를 다룬 영화가 외국에서는 그래도 많이 나오는 추세라지만..나에게는 3XFTM이후로 두 번째의 트렌스젠더를 다룬 영화였다.

 영화속의 유정씨는 수술을 받고 싶어 하는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 아직까지 한국 사법제도 하에서는 수술을 받지 못하면 성별정정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러나 성별정정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녀가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굉장히 제한적이다. 집에서 쫓겨난 이후로 부모가 주민등록을 말소해버려 그녀는 주민등록증을 40대에 처음으로 발급받는다. 주민등록도 없고, 학력 또한 낮고, 차림새는 여성인데 뜯어보면 남성이니 그녀가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상황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그런 상황에선 수술비를 구하기가 힘들고, 결국 악순환. 모든 트랜스젠더의 삶이 기구하고 불행으로만 가득차 있다고 말하고 싶은게 아니다. 그러나 사회 구조 자체가 트랜스젠더의 삶을 억압하는 지점은 분명 있었다. 영화 속의 류민희 변호사 말마따나, 가능성이 아예 차단된 것보다 아주 실낱같은 희망은 보이는데 그 희망이 실현될 가능성이 너무 낮은 것이 더 절망적인 상황. 

그녀는 10년 째 한 지역에서 신문배달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녀의 성별 정정을 도와주던 변호사는 그녀가 티브이에 트랜스젠더로 출연한 이후 그녀가 사는 지역의 신문 배급소 사장들이 그녀를 계속해서 착취해왔던 정황을 파악한다. (아마 티브이 출연 전부터 주민등록도 없고 차림새도 남들과 다른 그녀를 사장들은 착취해 왔을 것이고..티브이 출연 이후에 더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그 사장들은 심지어 인우보증서-성별정정 신청 시에 필요한 서류-를 미끼 삼아 그녀를 괴롭힌다. '그녀가 정 여자가 되고 싶으면 그렇게 살면 되지 않겠느냐.'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지만, 그녀가 수술을 하지 못하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음을 알기에 그녀를 계속 묶어두고 착취하는 사람들. 얼굴 까고 인터뷰는 어떻게 했나 싶었다. 부끄럽지도 않나? 변호사, 목사, 성소수자 단체 활동가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그녀를 돕는 과정, 유정씨 일터의 사람들이나 성당에서 만난 사람이나 유정씨가 출연한 티브이 프로그램을 만든 피디와의 인터뷰나 유정씨가 다니는 산부인과 원장과의 대화, 영화속에서 나오는 많은 발화에서도 유정씨의 성별정체성에 대한 차별들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나는 병원24시 피디는 맨날 병원만 다녀서 그녀의 성별정체성과 생물학적 성별(?)의 차이를 '질환'이나 '치료'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표현하나 했는데.. '방금 제가 치료라고 했나요?'라는 문장에서는 '이 사람 지금..?'싶었다. 

영화 속에서 한채윤씨가 말했듯이 한번도 자신의 성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누구보다 자신의 성별에 대해 깊게 생각한 사람이 '저의 성별은 이렇습니다.'라고 이야기 해야 하는 상황이 참 어떻게 보면 우스운데 너무 씁쓸했다. 저게, 현실. 2의 증명은 그렇게 계속해서 그녀의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나는 삶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이 독립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하지만..그래도 영화를 보고 나면 어느 정도 마음이 쓰린 것은 어쩔 수 없다. 

2의 증명이라는 영화가 가지는 강점은, 그녀의 삶에 대한 감독의 어떤 개입이나 제어의 시도 없이 그녀의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 외에도, 지금까지 티브이에 나왔던 트렌스젠더 이야기와는 다른 양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티브이에서 트랜스젠더 이야기는 하리수의 사례처럼 그녀의 성별정체성을 강조하고, 그녀의 몸짓이나 행동이 얼마나 여성스러운지를 강조하거나, 그/녀들의 로맨스를 주로 다루었지만, 영화 속에서 유정씨의 '여성스러운'행동이나 '옷차림'등이 등장한다고 해도 그것을 유별나게 강조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유정씨의 로맨스 또한 등장하지 않는다. '지금 화면에 나오는 이 사람 또한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일 뿐입니다.'라는 식의 논조는 영화속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트랜스젠더라는 그녀의 성별정체성이 결국 이러한 '사랑'에서만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그녀의 삶의 여러 양상에서 굴곡이나 교차를 이루어내는 요인이 된다는 지점 또한 드러낸다. 그녀가 일자리를 구할 때,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때, 잡지 인터뷰를 할 때, 노동청 진정을 낼 때, 벌금을 감면해달라는 서류를 작성할 때.. 등등. 

트랜스젠더만큼 '성별'에 관한 신화를 부수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 

+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장면 둘, 아는 사람들이 나올 때랑, 우리나라에서 성기수술의 권위자로 보이는 분의 인터뷰. 피부와 가장 흡사한 장 조직을 절개해서, 혈관에 연결하면 질도 만들 수 있고 소음순 대음순 다 만들수 있다고. 음부랑 가장 흡사한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그렇게나 수많은 의미가 덧붙여진 '성기'또한 결국 '흡사하게'만들어 낼 수 있는 기관이구나. 하는. 보통 사람들이 성기 얘기를 하면 부끄러워하거나 그럴텐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가 찰흙으로 코끼리 만들듯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