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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봄과 초여름

stri.destride 2013. 6. 23. 22:49


가족의 나라를 봤던 날. 인디스페이스에서 조조영화로 봤었다. 나는 엄청 울었다. 굿바이 평양을 봤을 때 처럼. 엄청 울고 극장을 나섰는데 눈앞에 이렇게나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부풀어오른 마음 다잡으려 광화문에서 서대문까지 걸었다. 

동네의 벚꽃. 올해는 꽃이 참 더디게 피었는데..그래도 벚꽃이, 꽃만 피지 않더라도, 피더라. 꽃구경 갈 여력도 없이 바쁘고 힘들던 나날들. 




재활병원에 수업들으러 다녔는데, 병원 가는 길에 교목실 앞에 있던 나무가 목련나무라는걸, 강하게 인식하게 된 계기. 목련도 향이 있다는걸, 올해 처음 알았다. 작년에는, 윗동네로 올라가면 꽃내음이 진동한다는걸, 처음 깨달았었다. 어찌나 꽃이 만개한게 곱던지..목련이 만개해서 곱다는걸 올해는 또 새로 깨쳤다. 


홍대입구역 뒷쪽에 있는 목련. 빛을 잘 못받아서 나무가 좀 기괴하게 자랐기는 한데..그래도 곱다. 


열아홉살 교실창밖으로 바라보던 연둣빛 어린 잎들이 그토록 지겹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뒤로는 연둣빛 어린잎만 돋으면 그렇게 눈물이 콸콸 쏟아질것만같은 웃기는 병의 시작..하여튼 봄이더라. 올해도, 봄은 와서, 새 잎은 돋고. 



친구 아버지의 장례식이 있어 황급히 부산에 다녀왔었다. 새벽기차를 타고 내려와서, 올라올때는 버스를 타고 올라왔더랬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우리는 나즈막히 새벽 장례식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장례식장을 지금까지 열몇번을 다녔는데 그간 다녔던 장례식장의 육개장중에 제일 맛있는 육개장이었다. 고 하면 철없는 소리인가. 새마을호를 타고 내려가야한다던 일행의 고집에 새마을호를 타고 내려갔었다. 새마을호 내려가는 길에, 도시의 풍경이 사라지고, 계속 낮은 산과 낮은 들과 드문드문 있는 집의 풍경이 지속되다가, 부산에 가까이 오니 고가도로가 나오고 다리가 나오고..도시라는걸 실감했다. (새마을호를 탄 것을 후일 매우 후회함) 세번째로 내려갔던 부산역에서는, 바다냄새가 났고 후덥지근했다. 새벽, 부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장례식장에 갔었다. 나를 맞이하던 검은 한복을 입은 친구의 모습을 아직도 생각하면,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것만 같다.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려, 조의금과 마음을 모아 갔었다. 봉투 뒤에 실명이 아닌 이름이 적히면, 수거하는 사람이 놀랄까봐, 그냥 실명을 적었다. 우리는 퍼레이드에 대한 얘기를 이얘기 저얘기 나누었다. 새벽이 되고 발인을 할 때에, 친구는 아버지의 영정을 들고 앞서 걸었다. 영정이 갑자기 커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친구는 버스를 타고 떠났고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해운대에 가서 바다를 보았다. 바닷물에 발만 담근다는 것이, 파도가 엄청나게 밀려오는 바람에 바지를 다 적셔서 찝찝하게 서울에 올라가야 했다. 바닷가에서, 어떤 아저씨의 오지랖을 견뎌야 했다. 도시에 바다가 가깝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해운대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가서, 다섯시 쯤에 출근을 했다. 


이태원 올댓재즈 회식날. 



차량 작업 하던 날 밤, 상암운동장. 

축제 끝나고, 재활병원 수업 들으러 가는 길에 마주친, 풍경. 

어느 날의 고민. 일기장. 

마을에 결합하는 사람들과,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가 어쩌면, 이런 관계가 아닐까 하는 고민을 했더랬다. 

어느 날의 하늘. 이날 도넛 60개가 무겁다는걸 깨달았다. 

어제, 자하문길. 나는 이 곳의 풍경이 계속 이러하기를 바란다. 애인이 신나게 자고 있을때 잠시 나가서 찍음. 

위와 같은 날 찍은, 사진. 엔도 슈사쿠를 좋아하게 되었다. 엔도 슈사쿠 깊은 강 역자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