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범우사 책으로 읽은 이유는 단 하나. 그냥 민음사 책이 학교에 없어서 .....
익숙한 서사에 대한 익숙한 서술 방식. 원문으로 읽으면 몹시 아름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마무라 부럽네...
연구라고는 해도 제멋대로의 상상일 뿐, 무용가의 살아 있는 육체가 춤추는 예술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의 언어나 사진에서 떠오르는 그 사진의 공상이 춤추는 환영을 감상하고 있는 것이었다. 보지 않은 사람을 동경하는 것과 같았다. 37쪽
대지에 가득히 덮인 눈이 얼어붙는 소리가 땅 속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듯한 매서운 야경이었다. 달은 없엇다. 거짓말처럼 많은 별들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별들이 공허한 속도로 떨어져내리고 있다고 느껴질 만큼 또렷이 드러나 있었다. 별의 무리가 눈에 가까워짐에 따라 하늘은 더욱 멀어지며 밤의 빝깔을 짙게 했다. 접경의 산들은 이제 겹친 윤곽도 분간할 수 없게 되고, 그 대신 그 만한 부피가 있음직한 검은 빛으로 별이 빛나는 하늘자락에 무게를 드리우고 있었다. 모든 것이 선명한 정적 속의 조화였다.56-57쪽
달은 마치 파란 얼음 속의 칼날처럼 맑게 빛났다. 90쪽
들판 끝에 단 하나의 풍경인 그 산의 전경을 저녁놀로 물든 하늘이 뚜렷하게 짙은 남색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달은 아직 희미하고, 겨울밤의 싸늘한 차가움은 없었다. 새 한마리 날지 않는 하늘이었다. 산기슭의 완만하게 경사진 들판이 막힌 것 없이 좌우로 광활하게 뻗쳐 강기슭에 이르는 곳에는 수력발전소인듯한 하얀 건물이 서 있었다. 그것은 황량하게 저물어가는 겨울 차창에 남은 풍경이었다. 100쪽
도카이도선은 딴 나라 기차처럼 헐어 퇴색한 구식객차가 서너 차량밖에 달려 있지 않은 모양이다. 전등도 어둡다. 100쪽
고마코의 애정이 그에게 향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아름다운 헛수고인 것처럼 생각하는 자기 자신의 허무함이 있어, 그러나 도리어 그 때문에 고마코의 살려고 하는 생명력이 벌거숭이 살결처럼 와닿기도 하는 것이었지만 ... 141-2쪽
깃이 젖혀져서 등에서 어깨로 흰 부채를 펼쳐놓은 것 같았다. 그 짙게 분칠한 살은 뭔가 슬픈 듯 부풀어올라 모직물처럼 보이고 또 동물처럼도 보였다. 144-5쪽
자기의 일로써 스스로를 냉소하는 것이 달콤한 즐겅무인 모양이었다. 그런 데에서 그의 서글픈 환상의 세계가 생겨나는지도 모른다. 여행길에 나와서까지 서두를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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