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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 오멸

stri.destride 2013. 4. 7. 14:08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 (2013)

Jiseul 
9.3
감독
오멸
출연
이경준, 홍상표, 문석범, 양정원, 성민철
정보
드라마 | 한국 | 108 분 | 2013-03-21


한 삼주전인가 KBS 독립영화관에서 뽕똘을 해줘서 보고 나서 지슬을 보러 갔다. 예전에 재작년인가 아리랑시네센터로 도리스 되리의 헤어드레서를 보러 갔을 때 예고편으로 나왔던 것이 오멸 감독의 '어이그 저 귓것'이었다. 그때 보고싶다고 생각은 하고 그냥 넘겨버렸다가 (그런식으로 넘겨 버린, 찾기 쉽지 않은 좋은 영화들이 얼마나 많은지! 판타스틱 모던 가야그머도 참 보고 싶었는데!) 이 년의 시간이 흘러서 다시금 마주한 감독의 영화. 

나는 육지 사람인지라 4*3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집에서는 지슬 보고 왔다니까 "끔찍하지?" "아이구 그런걸 왜 굳이 영화로 보고 그래 책으로 읽어(집에서 4*3사태에 관해 서술한 세 권짜리 엄청나게 두꺼운 '4*3은 말한다'라는 책이 있다)" 라는 반응이 (-_-)...게다가 조조영화로 늦게 일어나서는 집에서 바로 튀어나가서 봤더니 보고 나서 넋이 나가는 줄 알았다. 이 역시 동네주민 ㄴ모씨와 함께  (..) 


뽕똘에서도 느꼈듯이 감독이 화면을 잡는 능력이 탁월하다 (..) 화면을 내가 평소에 보던 시각과 다르게 잡는달까. 낯익은 풍경을 낯설게 잡고, 그리고 예쁘게 잡고.... 그래 오멸 감독은 화면을 참 '아름답게' 잡는다. 제주도의 풍광 자체가 아름다워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땅에 대한 애착이 있는 사람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보인다. 그의 화면에서는. 


사삼 사태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면 약간 뜨악하게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어차피 이건 극영화니까 배경지식을 나레이션이나 자막으로 제공해 주는 것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겠다, 는 생각이 방금 들었다. 영화 내용이 사실에 기반하더라도 극영화는 극영화니까. 배우들은 '연기'한거니까. 물론 지슬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그들'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더라도. 지슬은 그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관객들은 헷갈릴 소지가 있다. 


그리고 순덕이 겪는 고통과, 누운 그녀를 배경으로 하던 장면이 나는 개인적으로 엄청 뜨악했었는데 ... 그리고 물론 누군가의 사랑이 좌절되고 누군가가 sexual harassment를 겪는 것이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충격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흔한 서사에 빠져버릴 위험이 있는건데도 굳이 그걸 넣은 이유는 (?!?!?!) 싶기도 하고. 원래 돼지 찾는다던 삼촌은 돼지를 찾으려다가 절벽에 떨어져서 비참하게 죽는다고 하던데 (..) 차라리 그걸 넣지 싶기도 하고 (..) 중간중간에 제사 과정을 한자로 화면에 크게 붓글씨처럼 쓴다거나 하는 그런 기법들이, 낯익으면서도 낯선 모습을 취하고 있어서 외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나 싶기도 하다. 


감독이 제주도 사람이어서,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었지 않을까 싶다..눈물이 나고 그런게 아니라 그냥 머리가 멍 해졌다. 감정이 복받쳐오른다기보다는 아..? 어떻게? 이 말만 계속 떠오르는. 



혹시 도움될까 싶어 오멸 감독의 빅이슈 인터뷰를 발췌한다. 


제주 4*3을 다룬 영화 <지슬> 역시도 마을 공동체가 일순간에 파괴되는 과정을 그렸다. 이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뭔가. 

아픈 질문이다. 우리한테 4*3은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뼛속 깊이 박혀 있는 통증이기 때문에 얘기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제주 밖에 있는 사람들은 이 문제를 한국사의 아주 작은 부분인 양 말한다. 우리의 역사를 아직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해자들은 거의 대부분 육지에서 왔다. 육지 사람 중 자신의 선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치유하고 용서해야 하는 해결되지 않은 이야기. 여기 사람ㅇ들에게는 숙명인데, 밖에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이다. 


지슬의 무동 모(母)나 순덕의 희생, 이어도의 영이의 고단함 등을 보고 있자면 잔혹하고 비참한 상황 속 여성들이 겪는 폭력과 고통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제주라는 섬이 어떤 섬인지 이해를 하면 해결될 것 같다. 제주도의 탄생 신화가 설문대 할망이라는 여성 신이다. 탄생을 운영하는 신에도 자청비, 영등할멈, 삼성할멈이 있다. 제주도는 여신의 섬이라고 할 정도로 여성성이 짙은 섬이다. 땅덩어리 모양이나 오름의 선들 역시도 여성에 빙된다. 내 영화가 이런 신화적인 부분을 같이 가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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