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미하엘 하네케

stri.destride 2013. 1. 25. 03:38



아무르 (2012)

Love 
8.1
감독
미카엘 하네케
출연
장 루이 트렝티냥, 엠마누엘 리바, 이자벨 위페르, 알렉상드르 타로, 윌리엄 쉬멜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 127 분 | 2012-12-19


올해 두번째로 본 영화일 것이다, 아마도. 

'죽음으로써 완성되는 두 노부부의 사랑' 이 가장 단적으로 이 영화를 드러내는 글귀이겠다 싶다. 나도 한 사람이랑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을거라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D에게 보내는 편지' 이 책도 선물하고 그랬다. D에게 보낸 편지의 주인공도 부인이 병을 앓게 되고, 결국 부인을 죽이고 남편이 자살하는 결말인데 .... 책을 보면 내용이 워낙에나 애틋하다. 나 또한 그렇게 평생 한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으면서 살고 싶었나보다..그래서 그런 책도 보내고. 


병수발을 직접 해보지 않았더라도 (내 나이 또래라면 병수발을 해본 경험이 있는 이는 드물 터이니)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된다면 병수발에 대한 낭만은 산산조각날 확률이 높을거다. 나는 엄마가 외조부를 병수발 들던 시절을 기억한다. 엄마는 외조부를 다정하고 사랑이 많은 사람으로 이야기하고는 했었는데, 수술 후 우리집에 온 외조부는 ......... 그렇지가 않았다. 십년 넘게 본 적이 없는 외조부이니 나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고, 집밖으로 쏘다니느라 바빴다. 그런데 "아 그때 잘해드릴걸"이라는 생각이 그닥 들지 않는걸 보니 나는 여전히 못된 인간인가 싶기도 하고... 그런 외조부를 수발하다가 온갖 병을 달아버린 엄마를 보면 나는 여전히 외조부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하는 생각만 든다. 


간병인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은 프랑스인일까? 아니면 남유럽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병'을 한다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았고, EIDF에서 봤던 <엄마는 불법체류자>에서 서유럽으로 넘어와 노인 돌봄노동을 하는 남유럽 여성들이 겹쳐졌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나에게.... "죽음으로써 완성된 사랑"보다는 "간병", "프랑스의 훌륭한 복지(아니 집에 전동침대가!!)" 이런것들이 더 크게 다가온 영화였다. 요새 내가 사랑에 별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 아니면 그놈의 '간병'의 기억이 나에게는 아직도 끔찍해서일수도 있고. 


엄마는 간병의 세월이 너무 끔찍해서인지 자기가 나중에 살려 놓으나 마나 한 지경이 되면 가차 없이 세상을 뜰 거라고 여즉 이야기를 한다. 사람이 죽음 앞에서 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아 버둥거리는 모습에 나보다 아마 엄마가 더 충격을 받았을거다.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라지만 글쎄..여전히 나한테는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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