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받아서 읽게 된 책이다. 여름에 받아 해가 넘어가서 다 읽었다. 맘잡고 읽으면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인데 왜 그렇게나 미적미적 거렸는지 모르겠다. 남의 삶의 궤적에 마음 놓고 뛰어들기에는 내가 너무 경황 없었던 탓일까.
( 작가가 인상깊게 읽었던 글 + 왜 인상깊었는가 ) 이렇게 한 셋트로 엮인 짧은 글들의 모임이다. 작가의 첫 연애담 이야기도 있고, 작가의 군대시절 이야기도 있고 . .자신이 살아가면서 번뜩 번뜩 느낀 순간들의 모음.
김연수씨의 소설은 읽어본 것이 없고, 위대한 개츠비 번역(문학동네)만 읽어 보았다. 이 사람이 왜 이 책을 번역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영문학과를 나왔던 것이 이유였겠다. 개츠비 책 말미 역자 해설을 보면 당황스러운 대목이 나온다.
" 요컨데 데이지는 인간 개츠비가 아니라 영국제 셔츠를 사랑하는 여자다. 개츠비도 그것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랑할 가치가 없다는 여자를 지독하게 사랑한다는 것, 아니, 그 여자를 지독하게 사랑하는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사랑한다는 것, 바로 그 지접에서 <위대한 개츠비>는 상투적 로맨스들의 공동묘지에서 부활해 하늘로 승천한다. 개츠비의 '위대함'은 그가 인류에 공헌했다거나, 뭔가 엄청난 업적을 쌓았기 때문에 붙은 수식이 아니다. 그는 무가치한 존재를 무모하게 사랑하고 그러면서도 의연하게 그 실패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여전히 자신의 상상 속에서 머문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위대하다 (중략)
데이지는 이후 등장하게 될 수많은 현대적 여성 캐릭터의 모델이다 우리는 이런 여성들을 심지어 <쇼퍼홀릭>같은 칙릿 소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뭔가를 원하고, 그러면서도 그 결과에는 무심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와 사랑에 빠지는 여자. 우리는 그런 여자들을 알고 있다. 고개만 옆으로 돌려도 '그녀'들이 우리 곁을 지나간다. "
세상에 사랑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고, 사랑 자체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왜 비난받을 일인지 나는 이유를 모르겠다. 자신이 그런 사람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상처받고 후일 후회하는 것은, 자신이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다면 상대가 그런 사람임을 먼저 자신이 알아챌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이 책을 선물받기도 했고, 예전에 아는 이가 작가의 절판된 책을 찾아서 매우 헤매던 기억도 난다. 이 사람은 내 세계 밖에서는 꽤나 이름 있는 사람인가보다. 문체는 쉽게 읽힐 듯 하면서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사실이 묘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책 읽는 내내 작가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는 있었지만 그의 작품은 읽고 싶다는 생각은 그닥 들지 않았다. "인간으로서의 김연수"를 바라보는 것과 "작가로서의 김연수"를 바라보는건 나에게선 다른 문제기 때문에.
한시가 참 많이 나온다. 어릴적에 나는 한시를 참 좋아했다. 그 점에 있어서는 즐겁게 읽었으나, 한시 번역을 누가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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