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름이 마치 중국인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글자 다 받침이 들어가서 그런가. 2011년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고.. 책이름만 추천하면 읽지 않을거라는걸 안 동생이 자기가 빌려서 읽고 반납 기한 연장해서 내게 빌려주었다. 동생도 다른 사람한테 추천받아서 읽었다고 했다. 책 초반부에, "거봐 도전하래서 도전하니까 안받아주잖아"하는 부분이 나왔는데, 그 부분 보고 읽게 되었다고 그랬나. 딱 자신들이 감당하기 편한 정도 혹은 받아들이기 편한 정도, 컨트롤할 수 있는 정도의 "도전"만 받아주는, 그런 도전을 이야기하는 기성세대를 까는 부분이 재밌었지...사실 책속에서 나오는 그 인사과 대리라는 사람도 회사에서는 위에서 얼마나 까댈까 싶었다. 후배들 보러가면 갑질 하기 겁나 좋으니까 지도 가서 위안 받으려다가 x된거지 뭐.
작가의 본업이 기자라서 그런지 문체가 매우 간결하고 건조하다. 개인적으로는 오정희, 조이스, 로르카, 파묵 혹은 아체베 같은 문체를 나는 좋아하지만, 한때 같은 기자 출신인 김훈의 책도 좋다고 읽었으니..가시나무숲은 아직 안읽었지만 예전에 문학상 수상했던, 아내의 죽음에 관한 소설은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다. 문체때문에서라도 아마 동생이 더 좋아한듯 ...동생은 화려한 문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세대는 이미 많은 것이 완성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이룰 수 없다는 그 마음을 언니는 좌절이라고 얘기하고 동생은 굴욕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지? 한 달 전즈음에 서울대 교수가 하는 강연을 수업 중에 들어야 했다. 그 사람은 62년도 몇백달러?였던 국민소득이 이제 이만 달러 넘어간걸 보라면서, "우리 세대가 이렇게나 열심히 일을 했는데 여러분이 우리 세대를 인정 해 줘도 되겠죠?" 라고 말했는데, 정작 나는 "나이 육십이 다되서 이십대 초중반 사람들에게 인정해달라고 하는건 무슨 심보일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걸 보면서 자기가 열심히 하면 나라가 잘 살 줄 알고 정말 헌신적으로 노력했는데 이제와서 받는 대우가 자신이 기대했던 것 이하라서, 그로 인한 상심이 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 교수 쯤이면 괜찮게 산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고.. '아니 그걸 왜 굳이 우리 세대에게 인정을..그 말한마디 들어서 뭐한다고..' 라고 생각했지만.
책 읽기는 이틀만에 금방 읽었다. 320쪽 가량 되는데 몰입도가 빨라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소설 속에 나오는 A대학은 한양대와 성대 사이의 대학이라는데 배경은 실제적으로 연세대라서 나에게는 자꾸 인지부조화가 일어난다. 작가가 연세대학교를 나와서 그런지 배경이 온통 연세대..노천극장, 서문 앞 편의점, 중앙도서관, 신촌 거리 묘사 그런것들. 15-20년전의 연세대 문과대 뒤 그러니까 지금의 상경대 자리에는 연못이 있었다고 한다. 내가 입학했을땐 이미 상경관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나는 덕분에 우리학교 구조를 다시 알게 된 셈. 소설을 계속 읽으면서, 사람이 30대 중반이 되고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면,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고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이들 - 특히 20대들- 에게 어떤 조언을 막 해주고 싶게 되는걸까? 근데 그게 자기가 마음속으로 느끼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거친 표현으로 나오는 바람에, 오히려 20대들이 '아 듣기싫어'라고 느끼게 되는걸까. 나 교양수업 들었던 교수와, 연구실에 있는 몇몇 선배들의 어투와 이 책의 어투가 묘하게 겹쳐지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 공통점을 찾아보자니 그냥 이 정도.. 곱씹을수록 묘한게 마치 내 또래가 쓴 것만 같으면서도 어딘가에서 30대들이 잘 보여주는 꼰대스멜이 난다는거다. 그리고 플러스..여성 등장인물들은 대개 젠더과잉인데 비해 남성 등장인물들은 젠더가 꽤나 희박하게 나온다는 점. 여성의 경우 여성섹스가 굉장히 그 인물의 설정에서 부각되어 나오고, 이 여성들이 굉장히 매력적인 외모와 튀는 행동을 하고 그로 인해서 주변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남성을 부러워 하는 것이 계속해서 묘사되고..하는 점들. 그리고 신촌길거리 한복판에서 여자 둘이 키스한다고 해서 그게 왜 레즈비언물을 보는ㄱ ㅣ분인거야민 ㅇ;허미ㅑㅇ럼ㄴ;이햐머;ㄴ리ㅑ넝ㅎㅁㄴㅇ;ㅣ라ㅓ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이 표준적인가요? 그런가요?
뭐 그랬습니다. 동생은 이걸 읽고 자기 세대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한다고 생각한다는데 나는 그렇게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지만...직장생활은 무슨 일을 하든 고달픈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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