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를 같이 하는데, 싸이를 하다보면 뭐 본인의 얼굴을 올리게 되고 배타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는 싸이월드의 특성상 더욱더 쉽게 올리게 되는 듯도 하다. 어쨌든 올라오는 일련의 내 사진들에 타인의 댓글이 달리게 되는데 4월즈음에 퍼온 사진에 한 3년간 못만난 친구가 살 많이 쪘다! ㅜㅜ 라고 댓글을 달았다.
내가 살이 쪘는데 니가 울어줄 것 까지야.. 너는 왜 눈물표시를 다나?
살이 찌기 전보다 못생겨진 나를 보니까 이세상에 뚱뚱한 여자가 한명 더 늘어났다는게 안타까워서? 아니면 살찐 내가 겪을 수모?를 생각하니 본인이 다 암담해서?
그리고 그 밑에 자주 만나는 대학 친구가 '동감합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첫 댓글에는 처음 봤을때는 몹시 화가 났었다. (한번 저 댓글에 대한 유치한 열받음으로 '그럼 넌 얼마나 잘사나 보자'하고 들어가니까 검정나시입고 친구들과 워터파크 가서는 사진캡션에 연예인 이름 달면서 서로 연예인이라고 칭하고 있어서 좀 우습긴 했다) 그리고 그 화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사실 나는 항상 내가 뚱뚱하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그 댓글에 수긍할 수 없었던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보다 5kg정도 날씬했던 때에도 나는 '3kg만 더 3kg만 더'를 생각하며 살을 빼야 한다는 생각에 시달렸고, 뭐 살이 좀 쪘다고 다들 말하는 지금에는 '5kg만 뺐으면 좋겠네'라고 생각하며 지금의 내가 살을 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길디 긴 시간동안 항상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대학교에서는 입 밖에 낸 적이 없었는지 땡볕아래 신호를 기다리며 짜증섞인 말로 '아 살빼야되는데'라는 말을 뱉으니 동기들이 '너가 그런 말 하는 것을 처음 듣는다'라고 말을 해서 내가 더 놀랐다. 하긴 살빼야된다는 말은 애인앞에서나 맨날 했던가.
이전에 사귀었던 이는 말 그대로 '뼈와 가죽만 붙은'사람이었고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었는데 내가 살을 빼야 한다고 하면 빼라고 하면서 비웃고는 했다. 한번 빼봐라 라는 태도나 살이 쪄서 예전보다 덜 예뻐졌다고 하는 태도나 내게는 똑같다. 둘다 별로 좋은 기억으로는 남아있지 않거든.
언제나 항상 스키니하지 않으면 살이 쪄 있는 상태라는 강박, 매끈하게 뻗지 않는 팔뚝이나 허벅지 라인에 대한 불만, 나도 카복시주사 맞으면 다리가 가늘어질까 하는 고민, 그런것들은 남들이 내가 살이 찌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때에도 항상 갖고 있던 생각이었다. 살이 그때보다 훨씬 찐 지금도 그 전에도 나는 항상 내가 살이 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거다.
아름다움이 사회적으로 합의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래도 그 이상향에 맹목적으로 날 맞추지 않으려고 했는데 항상 그렇지 않음에 아쉬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