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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블로거' 단상

stri.destride 2012. 7. 30. 15:16

맛집 블로거의 포스트를 보다보면 필자가'맛'을 이야기하고싶은건지 '인테리어'를 이야기하고싶은건지 아니면 그냥 '저 여기 유명하다고 해서 다녀왔어여~'인지 가끔 당황스러울때가 있다. 메뉴판, 예쁘게 나온 음식 사진, 인테리어 사진, 화장실 사진(도 간혹 있다) 이런 식으로 사진은 엄청 많은데, 음식에 대한 설명은 대개 '제가 시킨 메뉴는 이거였는데요 양념이 잘 배어들어 있고 육질이 매우 부드러워요' 이런 식의 간단하고 간단한 설명들. 도대체 양념이 '잘'배어든게 어떻게 배어든건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 육질이 부드럽다는게 어떻게 부드럽다는건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 전반적으로 단맛-이라고 하면 그게 조미료성 단맛인지 설탕의 단맛인지 설탕이 아니라 다른 당류를 쓴 단맛인지 그런 얘기도 없고..해서 맛집블로그는 되도록 찾아보지 않게 되더라. 


블로깅을 하는 이가 생각하는 '맛있음'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맛이야 사람들마다 입맛이 다 다르니, 일단은 차이가 있다고 치자. 내가 궁금한건, 대한민국에 넘쳐나는 이 블로거들 중에 직접 요리를 해먹는/해먹어본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한거다. 그래, 같이 사는 이가 있고 해서 본인이 요리를 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맛'을 찾아 다니다 보면 '본인이 어떤 맛을 맛있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지 않을까?  그러다보면 재료에 대한 공부, 기초적 영양 상식 등 그런것들을 차근차근 알아가고 싶지 않은걸까? 


두 문장으로 줄인다면, '맛집 블로거라고 자신을 정체화하는 당신에게 있어서 '맛'이란 무엇입니까?' / '당신에게 있어서 맛집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그래, 비록 집에서 밥을 하는 이는 아닐지라도 '자신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있냐는거다. 맛을 탐하는 사람이, 자기 손으로 '맛'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를 않는걸까? 나는 개인적으로 크림소스를 좋아하지 않지만 크림소스 파스타를 잘 만드는 편이다. 내 요리는 대체적으로 '조미료를 최대한도로 쓰지 않고, 고기를 최대한 쓰지 않고, 소스를 쓰지 않고 재료 자체의 맛이나 식감을 살리는' 방식을 추구했다. 뭐 남들은 모르겠지만서도-_-; 


그렇다고 해서 내가 채식을 '전도'하려는 것도 아니고(실제로 나는 고기를 먹는다) 조미료 없는 음식 직접 만들어서 도시락 싸갖고 다니자고 하는것도 아니다(나도 바쁘고 귀찮아서 사먹는다 특히 이런 여름에 도시락 쌌다간...오...). 다만 당신이 생각하는 '맛'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묻고 싶을 뿐이다. 


고기 맛있지. 육즙이 살살 흐르는 고기를 씹으면, 그 육즙이 목을 타고 넘어갈때 느끼는 희열이라든가, 뱃속을 '기름칠'했다고 하면서 기뻐한다든가..하는것들. 그런데 그렇게 먹은 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진건지, 어떠한 비윤리적 방식을 거쳐서 생산되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으면 좋겠다는것. 왜 우리는 '조미료'에 길들여진 입맛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것. 왜 그렇게 '맛있는 것'에 대해 탐닉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것. '비윤리적이니까 당장 먹지 말아야겠다' '조미료는 몸에 나쁘니까(근데 사실 몸에 어떻게 나쁜지 확실히 나온 연구결과도 없을걸? 어떻게 뒤집힐지도 모르고. 그게 과학이니까) 먹지 말아야지' 이런식으로 다 '끊어내야'한다는것도 아니다. 그냥 한번 '생각'해보자는 것. '친환경'의 탈을 쓰고 자본이 얼마나 활개를 치는지는 어차피 다 알지 않는가. 뭐 그렇게 한번 알아보고 생각해보고 마음이 동했다면 대안은 각자 정하는거지 뭐. 


미슐랭 가이드에 한 식당이 오르게 되면, 주인이 오래도록 운영하다보니 '할머니'가 된 작고 허름한 식당이 앞다퉈 찾아간 손님들로 미어 터지고 몇년 뒤는 지나야 겨우 먹을 수 있게 되는데, 줄을 나래비로 서서 먹어야 한단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그 순간과 음식을 즐기면서 먹지도 못하고 후다닥 나와야 하는 현상을 만들어낸 점에 있어서 미슐랭 가이드에 대한 비판이 있다고도 하고..하여튼 뭐 그렇다. 가까이에 식품영양 전공자가 있어서 음식얘기를 하도 듣고 음식프로그램 옆에서 강제로 보면서 분자요리니 무슨요리니 뭐니 하면서 줏어듣고 저 요리는 무슨 재료를 사용해서 어떻고 저떻고 하면서 조리했으니 몸에 어찌저찌 영향을 끼치겠군 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하는 일이 생기다보니까 맛집블로거들이 궁금해졌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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