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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4 글쓰기숙제3차시 - 영화 주디 감상평

stri.destride 2020. 5. 17. 22:42

영화 주디 감상평: “무지개 너머

영화 <주디>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로 유명해진 배우, 주디 갈란드의 생애 막바지를 다룬 영화다. 영화 속의 그녀는 어렸을 적 얻은 유명세로 인해 누구나 그녀를 알아보지만, 현실은 빚더미에 올라 있고 아이들과 함께 보낼 집도 없는 이른바 홈리스 신세다. 아이들을 데리고 전 남편의 집에 찾아가지만, 결국 도박중독자였던 전 남편과 대판 싸운 뒤 혼자 집을 빠져나온다. 갈란드가 도착한 곳은 두 번째 결혼을 했던 남편의 딸이 초대한 파티장이다.

소속사에서는 유럽에서라면 그녀의 공연으로 돈을 벌 가능성이 있다며 영국 투어를 제안한다. 양육권을 되찾아 오기 위한 돈이 필요했던 갈란드는 영국 투어를 계약한다. 리허설을 위해 만난 악단장에게 맞춰보고 싶은 곡은 없다, 몸이 좋지 않다며 퉁명스럽게 굴고 약속한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매니저와 밴드 모두를 애타게 만들던 갈란드는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그녀의 공연은 하루하루 성공을 거듭하지만 무대 아래의 그녀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혼자 있을 때는 항상 술에 취해 비틀거린다.

사실 이런 모습만 보면 그녀가 굉장히 무례하고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영화는 그녀의 과거를 중간중간 삽입함으로써 이것이 학대의 결과임을 알려준다. MGM과의 계약 시절 갈란드는 피자만 먹는 평범한 소녀의 이미지로 광고를 찍지만, 그녀는 체중감량을 위해 하루 종일 치킨 수프와 블랙커피만 먹을 수 있었으며 하루 네 갑의 담배를 피워야 했다. 영양실조로 기운 없어 하는 갈란드에게 소속사는 각성제인 암페타민을 먹여 강제로 스케줄을 진행하고 수면제를 먹여 재웠다. 이로 인해 그녀는 평생 동안 약물 중독과 우울 및 불안장애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이 영화의 미덕은 그 곳에 있다. 주인공의 외로움을 여과없이 보여주지만 영화의 현재 시점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그녀에게 친절하고 그녀에게 애정을 표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영화의 과거 시점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이용하려고 했던 점을 부각시키며 그녀가 아동학대의 피해자임을 관객이 분명히 기억하도록 한다. 아이들로부터 아버지와 함께 살겠다는 전화를 받은 날, 갈란드는 큰 상처를 받아 술에 취한 채로 무대에 오른다. 야유하는 관객에게 욕을 하고 공연 중 쓰러져 계약이 파기되었지만, 그녀에게 영국식 결혼식을 열어주었던 극장 측 매니저와 악단장은 마지막 만남에서 생일 케익을 선사한다. 그녀는 케익을 한 입 밖에 먹지 못하지만, 케익이 맛있다며 그들을 향해 미소 짓는다.

이 영화의 따뜻함은 주인공인 갈란드 외에도 다른 이들을 향하는데, 영화 속에 나오는 한 쌍의 게이커플이다. 영화의 배경은 1969년 초반으로 영국의 소도미 법(질과 페니스로 하는 소위 정상 체위가 아닌 기관으로 하는 성행위 처벌법)이 폐지된 1967년에서 얼마되지 않은 시절이다. 갈란드에게 근사한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던 두 남자는 게이 커플이었고, 한 명은 소도미 법으로 구금의 경험이 있었다. 갈란드는 그들과 따뜻한 밤을 보낸다. 실제로 많은 게이 남성들이 갈란드의 팬이었으며 갈란드는 생전 게이 팬들에 대한 언론의 악의적 질문에 그들을 옹호하는 답변을 하고는 했다고 한다. 영화의 마지막,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말하는 그녀의 노래를 이어서 부른 사람은 어느 저녁에 만났던 게이 커플이었다.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고 하는 갈란드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는 그녀의 외로움을 그녀의 뒷모습, 그녀의 옆얼굴, 정면일 경우는 먼 곳을 바라보는 시선처리를 통해 러닝타임 내내 보여준다. 그녀가 MGM과의 계약 시절 잔인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행복을 찾고 싶어했던 사람임을 보여주고, 그녀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선을 다해 미소 짓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오히려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기쁨을 주는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자신의 아픔마저도 대중 앞에서 내보여야 하고, 그 마저도 이해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만 드러내야 한다. 연예계 종사자들에게 비인간적인 처우를 너가 선택한 것이라고 강용하는 모습은 갈란드가 죽은 지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이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동성간 성행위를 처벌하지는 않고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할리우드에서 일을 하며 커밍아웃 하고도 지지받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그 안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이 (크리스틴 스튜어드는 자신의 애인과 공공장소에서 손을 잡고 다니지 않으면 배역을 주겠다는 마블의 제안을 받았다) 영화와 함께 겹쳐졌다. 앨런 튜링을 비롯하여 영국의 소도미 법으로 처벌받았던 수 만명의 사람들은 2016년에서야 사면을 받았다. 갈란드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싶었던 수많은 성소수자들과, 주디 갈란드에게 평화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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