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지난 5월 6일자로 정부 당국은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하고 생활 속 거리두기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생활 속 거리두기 체제는 ‘국민의 일상 생활과 경제활동을 보장하면서, 코로나19 유행 차단을 위한 감염 예방 및 차단 활동이 함께 조화되도록 전개하는 생활습관과 사회구조 개선’을 가리키는데 이 수칙과 지침이 시작된 직후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했다.
용인시 66번 확진자에 대한 코로나-19 양성 판정이 내려진 당일,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측에서는 자신들의 SNS 계정을 통해 확진자 관련한 공지를 업로드했다. 그 다음 날, 국민일보 종교기획부 소속 기자가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이 이태원에 위치한 게이 클럽이라는 기사를 단독 보도한 뒤로 세계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온라인 판과 MBN 등 복수의 언론들이 66번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이 게이클럽임을 강조하는 보도를 자극적으로 내보냈다. 이태원 클럽이라고만 보도하는 경우에도 영상 매체의 경우 해당 클럽 앞에서 보도 영상을 촬영하거나 문틈 사이로 줌렌즈를 최대한도로 확대하여 간판을 찍음으로써 상호명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을 반복했다.
언론이 혐오적 표현을 수반한 자극적인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는 동안에, 지자체의 대응 또한 문제적이었다.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재난 문자를 전송할 때 연속해서 해당 업소의 상호명을 그대로 표기했다. 경기도지사 또한 행정명령 관련한 재난 문자를 전송하며 관련 업소의 이름을 그대로 노출시키며 ‘대인접촉 금지’를 명했다. 서울시는 이동통신사의 기지국 자료를 제공받아 그 시간대에 이태원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은 코로나19 검진을 받으라는 내용의 문자를 오전 오후 2회에 걸쳐 전송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가 어떤 장소인지, 확진자가 어떤 직장에 다니는지 같은 사생활에 관련된 정보는 방역에 도움이 되는 정보라고 볼 수 없다. 언론의 이러한 자극적인 정보와 더불어, 해당 클럽에서 사람들이 군무를 추는 영상을 돌려보며 비난하는 행위도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전파가 집단감염으로 이어지게 된 것은 클럽이라는 공간이 밀폐되어 있어 환기가 잘 되지 않으며 밀접한 신체 접촉이 일어나기 용이하여 비말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에 최적화된 공간이기 때문이지 특정 정체성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 아니다.
게이클럽에 간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게이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게이 커뮤니티에 집단 감염의 화살을 돌리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보건당국의 예방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클럽에 간 개인들의 부주의함에 대한 비판은 할 수 있지만, 이래서 게이들이 더럽다는 식의 혐오발언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 시간에 클럽에 간 사람들은 비난을 받을 것이 두려워서 거짓말을 하거나 검사를 받지 않고 숨게 될 것이다. 인천시의 학원 강사 확진자가 실제로 거짓말을 하여 2차 3차 감염을 유발했다.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방법은 감염된 사람을 낙인 찍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바이러스는 사람의 정체성을 판단하여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마침 5월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로,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국제질병분류의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1990년 5월 17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코로나19가 우리의 많은 일상을 바꿔 놓을 때에 이렇게 성소수자 문제가 떠오르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부디 다같이 맞닥뜨린 어려움을 혐오와 차별의 방식이 아니라, 현명한 방법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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