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문화비평은 항상 유효할 수밖에 없는거같다. 왜냐면 대중문화가 너무 반여성주의적으로 기획되어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이 예능들이 현실 가족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지금 우리 시대의 가족은 거의 다 해체된 것처럼 보이는 것에 반해, 예능에서는 왜 이렇게 퇴행적으로 그려지는 걸까요?
그게 핵심인 것 같아요. 사회적 안전망이 무너지고 각자도생 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펼쳐졌을 떄,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한데, 한국 사회에는 그런 공동체를 상상하는 방식이 가족밖에 없는 거죠. 그나마도 이성애 중심, 결혼 계약에 기반한 핵가족밖엥는 상상할 수가 없는 거고,ㅡ 특히 여자들을 이 가족의 관계망 안에 넣지 않으면 상상이 아 ㄴ되는 거죠. 그러니까 맨날 며느리니 엄마니 하며 불러다가 무언가를 도모하고, 생후 580개월을 운운하면서 50살 넘은 아들을 엄마 자궁에 갖다 붙이고,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개인으로서 사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개인으로서 살 수 없게 만드는 경향이 더 강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나마 개인의 삶을 보여주면서 점점 반응이 좋아지고 있는 프로그램이 <나혼자 산다> 같은 방송인데요. 29
그러니까요. 사실 여자들은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기운이 있는 캐릭터를 갖기 힘들어요. 투덜거리거나 눈치 보고, 이런 것들을 하면 안 되고. 씩씩하게 서로 아껴 주고, 계산속도 없어야 하고. 그러니까 여성 캐릭터의 다양성을 우리가 어떻게 확보할 수 있고 다양한 재미를 어떻게 가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네요.
한국 사회는 여자가 잘나가는 꼴을 잘 못보는 것 같기도 해요. 예능을 보고 있으면 여성 스타가 나오기가 힘들고 이 사람이 반짝 인기를 얻더라도 굉장히 위태롭다고 느껴요. 그러니까 너무 사소한 일로 비호감이라고 찍히기도 하는 거죠. (..) 그동안 남자 연예인이 역사를 포함한 상식이나 지식이 부족한 거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았었거든요. 그러니까 진짜 이상한 건 한국 사회가 보통 여자에게 지성을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또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엄청 심하게 비난하는 거죠. 하지만 남자들은 몰라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아요. 웃고 말거나, 웃기려고 그랬겠지, 하는 식이에요. 39
'결혼은 무덤이다'라는 말, 정말 많이 하죠. 이게 재미있는데요. 비혼은 아예 다루지도 않으면서 또 결혼은 조롱거리로 삼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그렇죠.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남자가 있다면 "지금 이 시간은 다신 돌아오지 않는다" "너는 이제 자유의 몸이 아니다" 이러면서 괴롭히고, 그 와중에 어떤 기혼 남성이 "나는 결혼 생활이 행복하다"라고 말이라도 하면 "분위기 깬다"는 식으로 아유하죠. 그런 결혼 후려치기 속 대화 속에는 배우자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잖아요.
반대로 여자 연예인이 결혼한다고 그러면서 "이제 지옥으로 걸어들어가는 거죠"라고 말하면 박살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박살나는 정도가 아니죠.
남성은 자신의 남성성과 네트워크를 성적 에너지라든지 자유로운 성생활 이런거로 확인 받으려고 하니까 일부일처제 안으로 들어갈 때 내가 희생하는 거고 지옥에 들어간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만약 어떤 여성, 또는 여자 연예인이 자신이 성저으로 자유로운 편이라고 말한다면 그 순간 평판이 확 나빠지게 되죠. 남자는 원래 본능적으로 한 여자에 만족할 수 없는데 내가 일부일처제라는 제도 속으로 들어간다는 게 얼마나 그 본능을 억누르는 것이며, 큰 희생을 하는 것이며, 나의 자유를 포기하는 것인가, 이런 식의 마음을 전제로 서로 안쓰러워하는거죠. 거기에 가장으로서의 남성을 치켜 세워주지 않으면 대접 못 받는다는 억울함도 느끼고요. 54
결국 '우리가 여자들에게 억울하게 착취당하고 있다'라는 심리로 만든 코미디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게 결국 젊은 여성에 대한 혐오와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중문화에 대해 조금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는게 필요하지 않나 싶었어요. 65
사실 IMF이후 남성의 지위가 '추락'하는건 여성이 남성의 몫을 빼앗아 가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의해 노동시장이 유연해지고 남성 노동자의 지위가 하약해졌기 때문이거든요. 하지만 그걸 여잗르 탓으로 돌리는 거죠. 사실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그건 하지 않고요. 66
이 남자가 사위랑 술을 마시고 들어오니까 딸이 물어봐요.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 봐요?" 그랬더니 "남자들이 마시는 술의 반은 근심이란 말 모르냐" 이렇게 대답하거든요. 술로 정치하고 영업하고 장사하고, 다 하는데. 실제로 술자리에서 맺어지는 남성 연대라고 하는 것은 룸살롱 문화로 대변되는, 여성이ㅡ 신체를 선물로 교환하는 것으로 가능해지는 그런 연대란 말이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동료가 배제되는. 189
기존 할리우드 액션 영화와 tv 시리즈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폭행당하거나, 자살하거나, 살해당하곤 했습니다. 끝까지 생존하는 게 오히려 드물었어요. 악당이건, 히어로건, 히어로 애인이건 간에 말이죠.
그런 걸 "사라지는 매개"라고 하죠. 남성 캐릭터의 각성을 위해서 강간당하거나 죽어 버리는 여자들. 294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옥의 몽상, 현민 (0) | 2020.04.18 |
---|---|
나는 숨지 않는다, 박희정 외 (0) | 2020.04.18 |
악어 프로젝트, 토마 마티외 (0) | 2020.04.08 |
중화미각, 김민호 외 (0) | 2020.04.08 |
나쁜 친구, 앙꼬 (0) | 2020.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