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프로젝트, 토마 마티외

stri.destride 2020. 4. 8. 13:29


여기서 말하는 현실은 모든 남성이 실제로 성적 포식자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여성의 관점에서는 남성이 좋은 남자와 공격자, 이렇게 두 가지 범주로 명확하게 나눠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이 두 범주는 종종 서로 만나고, 섞이고, 혼동된다. 모든 남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범주에서 저 버머주로 순식간에 옮겨갈 수 있다. 거리에서 마주친 남성, 남자 친구, 남편, 친오빠... 얼마나 많은 여성이 주변인에게 강간당해왔는가? '악어 프로젝트'에서 한 여성의 끔찍한 경험담을 보자. 흔히 일어나는 애인의 강간은 악어의 다음과 같은 속삭임으로 끝난다. '고마워, 아까 정말 끝내줬어.' 그러나 이 남자가 그저 비열한 놈, 강간범이기만 했다면 여성이 그와 사귀었을까? 모든 악어가 어느 순간에는 좋은 남자로 바뀔 수 있으므로 강간범이기만 했다면 여성이 그와 사귀었을까?  모든 아겅가 어느 순간에는 좋은 남자로 바뀔 수 있으므로 반대로 모든 좋은 남자는 악어가 될 수 있다. 159-160

악어 프로젝트의 주제는 남성이 악어의 모습으로 태어났다가 아니라 악어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남성을 악어로 그린 진정한 의미가 있다. 160-161

그들은 우리가 강간, 폭력 그리고 아주 심각한 것을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무언가를 느끼기는 커녕 자신들의 에고를 보호하느라 바쁘다. 그 심리는 무엇알까? 그런 일이 자신들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걸까? (하지만 남성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혹은 단순히 자신의 이미지를 보호하려 하는걸까? 하지만 바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악어의 모습인 것이다. 말하자면 타인의 필수적인 요구 (특히 여성의 육체적 안전)보다도 남성이 자신의 요구와 욕망(예를 들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싶어하는 욕망)을 독단적으로 상대방에게 들이미는 행동은 악어의 그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악어 프로젝트'에서 수많은 여성이 진술한 이야기의 핵심이다. 161

공공장소에서의 성폭력은 모든 여성이 스스로 약하다고 느끼게 하며, 그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준다. 여성이 안전을 위해서 아무리 장소를 고르고 문제가 없는 시간대를 이용할지라도, 공공장소를 드나드는 것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만약 택시나 자동차를 이용할 돈이 없다면, 또 낮에도 밤에도 친절한 사람들만 있는 좋은 지역에서 살 수 없다면, 또 야근하거나 음산한 지역에서 일한다면, 우리는 정숙한 여성이 피해야 할 시간과 공간에 드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성은 할 수 있는 모든 대비책으로 무장하고 공공장소로 간다.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은 지울 수 없다. 그곳에서 절대로 평온할 수 없다. 163-4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진짜 자신의 감정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왠지 불편하다는 말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으므로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남자들 모두가 당연히 괴롭힘을 즐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는 말을 강조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일부 남자들에게만 해당된다는 말을 들으면  이런 불편함이 해소될까? 오히려 그런 말 때문에 변화를 위해 당장 행동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까? (..) 갈등을 쉽게 해소하려고 들지 않은 것, 그리고 갈등을 감정적 딜레마로 만들지 않은 것 말이다. 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