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마지막으로 만나을 때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어. 날마다 전 날을 따라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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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는 고타의 말로서가 아니라, 단순히 자신을 향한 누군가의 말로 계속 들렸다. 리카는 자신이 계산대로 가져가는 것은 갖고싶은 옷이기보다 불특정의 누군가에게 좋구나, 하고 생각될 만한 옷뿐이라는 사실을 한참 쇼핑을 한 뒤에야 깨달았다. 133
다음에 또 봐. 리카가 웃으며 말하자, 고타는 그제야 안심한 듯이 얼굴이 환해졌다. 얼마나 무방비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아이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모르지만 울고 싶어졌다. 155
리카는 그제야 그의 발언 어디에서 불쾌함을 느끼는지 이해했다. 요컨대 그 온천 여행은 사죄가 아니라 확인이다. 리카가 선술집에서 한턱 낸 다음에 굳이 시내 고급 초밥집에 데리고 간 것과 같다. 그는 리카에게 깨닫게 하고 싶은 것이다. 업무 내용도, 경제력도, 자기가 리카보다 훨씬 위라는 것을.
그걸 깨닫고 리카는 웃음이 났다. 그런 걸 굳이 알려줄 필요 따위 없는데. 당연한 일이니까. 불쾌함의 이유를 알게 되지, 리카는 불쾌함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래, 정말로 그러네. 리카는 마사후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웃으며 대답했다. 160
그런가, 둘이서 살아가는 건 가능한가. 명품 옷을 사지 않으면 된다, 에스테틱에 다니지 않으면 된다, 차 따위 팔아버리면 된다, 뭣하다면 좁은 집으로 이사하면 된다. 한해에 한번 여행은 하코네나 닛코에 가서 온천을 하고, 버스나 전철로 이동하고, 슈퍼마켓의 떨이 상품을 사고, 기념일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고. 그래, 가능하다. 누구나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생각에 몰두한 리카는 깨닫지 못했다. 깨닫지 못하는 척했다. 누구나 하는 그런 검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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