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북한 탈주민을 제외하고는 현재 캐나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한국인이 난민으로 인정받기가 쉽지는 않아요. 성 소수자라고 해서 무조건 난민으로 인정되는 건 아닌 거죠. 거기에 양심적 병역 거부와 같은 중첩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게이나 레즈비언보다 트랜스젠더가 난민으로 좀 더 쉽게 인정 받을 수 있어요. 워낙 법적 성별 정정 요건이 까다롭고 사회 차별도 심하기 때문이죠. 147
한때 제 인생의 목표가 여자가 되는 거였어요. 수술만 하면 여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수술을 한다고 여자가 되진 않아요. 이게 현실이죠. 여자가 될 줄 알고 수술을 했는데 트랜스젠더가 되어 있더라고요. 수술을 했다고, 또 사람들이 봤을 때 정말 티가 안 난다고 해서 '완벽한 여자'는 아니잖아요. 어린 친구들이 저한테 많이 물어봐요.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 " 언니 어디서 수술하셨어요?", "저도 수술하려고 돈 모으고 있어요." 저는 정말 힘든 길이란 말을 하고, 그 친구들한테 물어봐요. "넌 꿈이 뭐니?" 그렇게 물어보면 그 친구들은 "언니처럼 되는거요", "여자가 되고 싶어요" 하더군요. 그런데 여자가 되는게 꿈이 돼서는 안 돼요. 여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게 정말 중요한 건데, 그런 걸 많이 놓치는 게 속상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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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팟캐스트 '여섯 빛깔 무지개'에서 섭외를 받으면서 리수 언니한테 연락을 했어요. 이런 걸 나가게 됐는데 방송을 듣는 청소년들이나 우리처럼 트랜스젠더를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냐고 물어봤죠. " 성향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자기 인생에서 남자나 사랑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그걸 꼭 찾았으면 좋겠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하나의 완성된 인간이 되어야 할 지를 먼저 고민하고 인생의 목표를 세워라." 이 얘기를 꼭 전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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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자기를 찾는 데 너무 급급해서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자신을 찾는 일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같이 생각해야 합니다. 커밍아웃을 할 때 자기가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을 부모님한테 잘 전달 하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제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도 부모님께서는 "네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응원해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한다고 하면 이해해줄 수가 없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차세빈 씨가 말했던 것처럼, 성별 정정과 나를 찾는 것에만 목표를 두면 나중에 허무해져요. 그걸 달성하고 나면 미래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그게 꿈꾸던 미래가 아닐 수도 있는 거죠. 미래를 같이 생각하는 걸 중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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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HIV 이퀄('equal')입니다. 이 질문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언젠가 이 말을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제 주변에도 HIV에 감염된 친구가 있고, 또 활동하는 분도 많잖아요. 보통 '양성' 혹은 '음성' 이렇게 말하는데 얼마 전에 미국에서 있었던 캠페인을 보니, 양성도 음성도 아닌 등호를 뜻하는 '이퀄'이라는 말이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저는 우리 모두가 어떻게 보면 HIV에 안전하다거나 안 걸렸다기보다는 유예된 상황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인식이어야 HIV/AIDS와 관련한 여러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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