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래니와 주이, 샐린저

stri.destride 2016. 4. 5. 09:00

"아 기억나...있잖아, 내가 누굴 금방 기억해내지 못한다고 날 미워하진 말아줘. 특히 그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생겼을 땐,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옷 입고, 똑같이 행동할 땐 말이지." 38


"난 언제 그들이 매력적으로 굴려는지 알고, 언제 그들이 기숙사에 사는 어떤 여자에 대한 추잡한 험담을 할 지 알고, 언제 그들이 내게 지난 여름에 뭐했냐고 물을지 알고, 언제 의자를 잡아당겨 거꾸로 돌리고 걸터앉아 끔찍하게, 끔찍하게 조용한 목소리로 자랑질을 시작할지, 아니면 끔찍하게 조용한, 별것 아니라는 듯한 목소리로 유명 인사 이름을 들먹일 지 알고 있어. 어떤 특정한 사회적, 경제적 계층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만큼 유명 인사 이름을 들먹일 수 있는 불문율 같은 게 있나봐. 그 사람 이름을 들먹이는 순간부터 그 사람을 끔찍하게 폄하할 수도 있고. 개자식이라느니, 색광이라느니, 늘 마약을 한다느니, 그런 지독한 소리들 말이야." 38-9


"내겐 모든 것이 다 아름다워요. 분홍빛 노을을 보면 세상에, 난 약해져요. 어떤 것이든 아름답다고요. 피터팬. 피터 팬 공연에서 커튼이 올라가기도 전에 난 벌써 눈물바다예요. 그러니 뭣도 모르면서 말하지 마요. 내가 - " 109


"오빠가 하는 말 다 알아. 그중에 내가 혼자 생각해보지 않은 건 하나도 없어. 오빠 말은 내가 예수기도문에서 뭔가를 원한다는 거잖아. 그래서 나 역시 오빠의 표현을 빌리면 사실은 소유욕이 많다는 거고. 흑담비 코트를 갖고싶어하거나, 유명해지고싶어하거나, 그놈의 명성 같은걸 뚝뚝 흘리고 다니고 싶어하는 사람들처럼. 나도 그런 거 다 알아! 맙소사, 도대체 날 얼마나 멍청이로 생각한거야?" 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