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라니, 천만에요" 버틀러양이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아마도, 마치 인어 같아요..." 그러면서 버틀러양은 내 손가락에 제대로 입을 맞췄고 이번에는 나도 버틀러 양이 입을 맞추도록 가만히 있었다. 마침내 붉어졌던 내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내가 빙긋 웃었다. 43
키티의 어깨 너머로 화려한 차림의 블리스 씨가 구레나룻을 쓰다듬었지만, 시선은 우리로부터 정중히 돌린 채였다. 55
"당신이 이 꽃을 제게 던져 줬을 때, 제 삶은 바뀌었어요. 저는 그 순간까지 제가 잠들어 있었다고 생각해요. 잠들어 있었거나 아니면 죽어 있던 거죠. 당신을 만난 뒤 저는 깨어났어요. 살아났다고요! 이제 그걸 제가 쉽사리 포기할 거라고 생각하나요?" 70
아버지는 결론 내리길, 그러나 아이들은 부모를 기쁘게 하려고 태어난 게 아니며 딸이 평생 자기 옆에 있으리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간단히 말해 낸스, 네가 완전히 실패를 겪게 된다 할 지라도 네 엄마와 나는 네가 슬퍼하며 우리 곁에 머물면서 네 운명을 막은 우리를 미워하게 하느니 기뻐하며 우리 곁을 떠나는게 낫다고 생각한단다." 이제까지 나는 아버지가 그토록 슬퍼하는 모습을, 그토록 유창하게 말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73
마지막으로 네가 알아야 할 것을 말해 줄게. 아버지, 어머니, 데이비는 이 사실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이런 부끄러운 말을 가족에게 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 넌 절대로 그 사실에 대해 가족에게 말하면 안돼. 처음 우리를 떠나며 가족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으로도 모자라 가족의 마음을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아프게 할 생각이 안리ㅏ면 말이야. 158
남들이 골라 준 옷을 입고 남들이 원하는 식으로 치장하고 감탄의 대상이 되는 것이 내 운명인 듯 했다.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순진했던 시절에 입었던 푸른 서지 정장을 생각하며 깔깔 거리고 웃었다.
하도 웃어 눈에 눈물이 고이며 반짝거렸다. 그 모습을 본 다이애나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큰 화젯거리가 될거야" 다이애나가 말했다. "널 아주 맘에 들어 할 거고. 난 알아."
"누가요?" 내가 물었다. "절 누구에게 보여 주려고 이 옷을 입힌 거죠?"
"널 데리고 나가 내 친구들을 만나게 할 거거든." 다이애나가 내 빰에 손을 댔다. "내 클럽에 데리고 갈 거야." 311
플로렌스 집에서 함꼐 산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배너가가 이 지역 노동운동계에서 유명한 집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늘 뭔가 가능성이 희박한 일에 매달리고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도록 도는 부결 되도록 애를 썼다. 그 결과 거실은 늘 긴급회의나 지루한 논쟁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햿다. 429
"하지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프라이어 부인? 여성 노동조합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세상이 변하는 걸 보고싶지 않으세요? 고용주가 더 많은 돈을 주고 더 상냥하게 당신을 대하길 원치 않으세요? 프라이어 부인은 눈을 문질렀다.
"아가씨, 그런 주장을 했다가는 저를 해고하고 더 싼 값에 일할 여자를 찾을 거예요. 그런 사람들은 많아요. 제 싼 임금조차 부러워 하는 여자들이 많아요...." 441
"저는 단지 당신이 자신을 혹사하는 걸 막기 위해 도왔을 뿐이에요. 당신을 일을 너무 많이 해요. 내가 진심으로 말햇다.
"할 일이 너무나 많은 걸요!"
"하지만 난 그 일을 모두 당신이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지겨운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피곤하기는 하죠." 다시 하품을 하며 플로렌스가 말했다.
"보다시피요! 하지만 지겹지는 않아요."
"하지만 플로렌스. 이렇게 끝없이 고된 일을 왜 하는 건가요?"
"해야 하니까요! 세상이 이토록 잔인하고 고된데 어떻게 제가 쉴 수 있겠어요? 노력하면 달콤하게 바뀔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제가 하는 일은 성공하든 아니든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요."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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