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병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
- 저자
- 케이 레드필드 재미슨 지음
- 출판사
- 하나의학사 | 2005-01-10 출간
- 카테고리
- 기술/공학
- 책소개
- 이 책은 일명 양극성 정동장애, 또는 기분장애라고 불리는 조울병...
어이쿠야 내 얘기인줄
정희진 칼럼에 나온 책이어서 빌려 봤는데 음...내 얘기네?
그 호기심 때문에 감정적으로 곤란한 지경에 빠져버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니, 한두 번이 라는 표현은 적당하지 못하고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묘하게도 바로 그런 호기심이 나를 살려주는 동력이 되었다. 호기심은 나의 과학적 심성을 촉진시켜 학자적 초연함과 객관성을 마련해 주었고, 그리하여 이 힘을 바탕으로 정신병이라는 괴물을 관리하고, 피해 나가고, 연구하고, 그리고 결국은 극복하게 되었다. 42-3
사람들은 먹고살기가 바빠서 남의 절망과 고통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 없는 법이다. 특히 그 절망의 희생자가 일부러 그 고통을 감출 때에는 더욱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나는 그저 감추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남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64
주변의 일을 전혀 파악할 수 없는 무기력 상태가 가져오는 충격, 내 생각이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논다는 느낌, 우울증이 극도에 달해 오로지 원하는 것은 죽음뿐이라는 인식, 이런 것들은 하나 하나가 나를 찌르는 바늘이었다. 그리고 그런 피 흘리는 상처가 간신히 아문 것은 그로부터 몇 달씩이나 흐른 뒤였다. 64-5
마침내 우울증은 저절로 퇴각했다. 밤새 진주해 온 게릴라 군이 아침이면 퇴각하듯이. 그러나 그것은 영원한 퇴각이 아니라 다음 번의 무자비한 공격을 준비하기 위한 일시적인 것이었다. 72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암송하면서 내는 그 부드러운 소리와 서정적인 스코틀랜드식 억양, 특히 어느 겨울날 밤 예배를 보고 예배당을 나오던 기억이 아주 선명하다. 바깥으로 나오니 바로 고대의 풍경이었다. 진홍과 백설의 대비, 푸른 종소리의 연타, 그리고, 아, 그 청명하던 보름달... 80-81
바꾸어 말하면 항우울제는 정신치료를 받는 마음이 약한 사람이나 복용하는 것이지, 우리처럼 의지가 강한 살마에게는 필요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정말 희생이 큰 교많나 생각이었다. 우리의 성장 환경과 자만심이 그런 교만한 생각의 노예로 만든 것이었다. 83
상아탑의 세계에는 나름대로 묘한 통과의례가 있고 때로는 대단히 낭만적이기도 하다. 박사논문 제출과 최종 구술 시험이라는 긴장되고 불유쾌한 과정은 합격한 뒤에 셰리 포도주로 건배를 하면 싹 잊혀지게 된다. 93
짜증을 내고, 화를 내고, 겁을 먹고, 통제불능이 되어 버린다. 그리하여 수심 1만 미터의 마리아나 해구보다 더 깊고 어두운 마음의 동굴 속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전에는 그런 것이 있는지 알지도 못했던 수심속의 동굴이기에 더욱 더 당황하게 된다. 그 동굴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광기는 그 스스로의 현실을 만들어 내니까. 98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약에 의존하고 또 자신의 변덕과 집착을 다스리기 위해 정신요법이라는 낯설고, 독특하고, 심오한 관계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은 참 괴이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25
한 마디로 말해서 정상이 된 나는 어쩐지 함량미달의 인물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130
그래서 내 앞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된다고 믿었다. 그리고 아플 경우에는 (특히 그것이 정신과 관련된 것이라면), 강력한 정신력으로 극복해야지 투약이라는 목발을 짚고서 비틀거리며 걸어간다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138
자기가 살아 있다고 느끼는 것이 사랑의 느낌에 필수적이며 나아가 사랑이야말로 그런 살아 있는 즐거움의 밑바탕임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 192
이 세상을 견딜 수 있게 만드는 힘은 우리들이 끊임없이 베푸는 친절한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 친절한 행동, 친절한 말, 친절한 표정, 친절한 편지 등이 없다면..우리의 인생이란 가장 사악한 정신에 둘러싸인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196
사랑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리 순수하지도 추상적이지도 않지만, 그래도 사랑은 오래 가고 또 날마다 자라난다. 231
물론 자신의 허영심이겠지만, 나의 자살기도와 우울증이 심약한 행동 혹은 "노이로제"적 행동으로 비치는 것이 아주 싫다. 심약한 노이로제라고 인식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간헐적으로 정신병적 징후를 보인다고 여겨지는 게 차라리 낫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면을 끓이며, 김훈 (0) | 2015.11.06 |
---|---|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0) | 2015.11.06 |
레닌을 사랑한 오타쿠, 김민하 (0) | 2015.10.20 |
예피판의 갑문, 플라토노프 (0) | 2015.10.12 |
적록포럼 발제를 위한 책들 (0) | 2015.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