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모옌, 심규호/유소영 옮김, 민음사

stri.destride 2015. 5. 26. 20:14



개구리

저자
모옌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2-06-2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민중의 원초적 생명력을 노래한 "붉은 수수밭"의 작가, 모옌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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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꽃 소식도 전해야겠네요. 아버지가 전화했는데 정월 25일 꽃 모양이 특이해서 선생님이 '팔방미인'이라고 이름을 붙이신 우리 집 마당의 매화 고목이 붉은색 꽃망울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우리 집에 매화 구경을 하러 몰려들었다고 하네요. 고모도 왔대요. 아버지 말씀이 그날 하늘에서 보송보송한 함박눈이 내리면서 눈꽃 속에 가득 퍼진 매화 향기에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17


세월이 흐르고 세상만사 모든 것이 변화의 물결을 타면서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던 것들이 지금은 한낱 우스갯거리가 되고, 사람들이 추앙하던 숱한 직업들 모두 천한 직업이 되었습니다. 71


외국에서는, 더더구나 서양 여자들은 그저 놀고 즐기기에 바빠서 나라에서 출산을 장려해도 아이를 낳으려 들지 않아. 하지만 여기는 중국 농촌이야. 농민들을 상대해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이치를 설득하고 정책을 설명해야 해. 신발 바닥이 닳도록 돌아다니고, 입술이 터지도록 말을 하고 다녀도 누가 네 말을 듣던? 어떻게 할까? 인구를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나라의 명령도 집행해야 하고, 상부에서 내린 목표도 달성해야 하고, 그럼 어떻게 할까? 계획생육 직원들은 낮에는 손가락질을 당하고, 밤길을 다니다 벽돌에 맞기도 해. 208 


왕 동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여자도 있을까요? 한 명, 두 명, 세 명, 아니 열 명을 낳아도 더 낳고 싶을 거예요. 당과 국가 역시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마오 주석이나 저우 총리도 아이들만 보면 모두 얼굴에 웃음꽃이 피잖아요? 정말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입니다. 우리가 혁명하는 이유가 뭡니까? 결국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열어주기 위해서 아닙니까? 아이들은 나라의 미래, 나라의 보배입니다. 227


친구! 조직이니, 기관이니 모두 스스로 옭아맨 밧줄이야.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은 네 정자와 하나의 난자가 결합해 새 생명이 만들어졌고, 얼마 안 있으면 세상에 나온다는 거지. 인생 최대의 즐거움은 바로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생명이 탄생하는 거야. 그 아이가 태어난다는 건 네 생명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거잖아.

제가 그의 말을 잘랐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말이야, 그 아이가 태어나면 호적을 어떻게 하냐고!

그깟 일로 누가 널 괴롭히겠어? 지금은 시대가 달라. 돈만 있으면 불가능한 일이 없는 시대야. 그리고 설사 호적에 올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엿한 사람이야. 명명백백 지구에 살고 있으니 개인의 모든 권리를 누리게 되어 있어. 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