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노스 코리아, 안드레이 란코프 지음, 김수빈 옮김, 개마고원

stri.destride 2015. 2. 12. 18:24



리얼 노스 코리아

저자
안드레이 란코프 지음
출판사
개마고원 | 2013-09-27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우파 햇볕론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가 말하는 ‘레알 북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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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중국에서는 농업의 집산화와 대약진이란 이름을 단 광기어린 급진적 이상주의운동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실험은 잽싸게 열광의 대상을 스탈린의 러시아엥서 마오쩌둥의 중국으로 돌린 (사르트르 같은) 파리의 카페 붙박이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의 주민들에게 이 '대담한 사회적 실험'은 현대 역사상 최악의 기근으로 2000~3000만 명이 사망하는 재앙을 가져다 주었다. 43-4


북한의 공식 역사서는 1920년대에 조선공산당이 조선에 마르크스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 헌신한 공을 인정하지 않는다. 조선공산당을 설립하는 데 참여했던 거의 모든 이들이 나중에 김일성에게 숙청됐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놀랄 일은 아니다. 북한의 공식 역사에 따르면 조선의 공산주의 역사는 김일성이 1926년에 타도제국주의동맹을 결성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김일성 혼자서 14세의 나이로 조선 공산주의 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그 누구도 김씨 가문의 초인적 능력에 의심을 표하지 않았다. 87


물론 북한에는 열성분자도, 반역자도 있었고 체제에 의해 망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모든 것을 감안해볼 때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이들 부류 중 어디에도 속하지 ㅇ낳았다. 전세계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북한 주민들 또한 정치에 유달리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비록 국가에서 강제한 의식이 있었으며, 이런 저런 성명서를 의무적으로 낭독해야 했지만 말이다. 김일성시절의 북한 주민들이 주로 관심을 가졌던 것은 다른 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족을 사랑했고, 승진하고 싶었고, 자식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싶었으며, 병에 걸릴까 걱정했고,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낭만을, 좋은 음식과 좋은 책을 즐겼고 한 잔의 술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정치적이거나 이념적인 것들이 삶에서 보다 두드러지긴 했으나 이것이 북한 주민들의 인생 대부분을 채색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98-9


그러면서도 그는 어떻게 노동자들이 그렇게 많은 양의 시멘트를 훔칠 수 있는지 그 창의성에 놀라움을 표했다. 128


1990년대 초반에는 하급 경관이나 지역 관청의 사무원 또는 하급 선전가들은 정말로 굶어죽을 위기에 처했다. 다른 평범한 공장 노동자나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북한 관료사회의 이 작은 톱니들은 배급에 의존하고 있엇다. 배급제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이들은 새롭게 작성된 (과거보다 훨씬 짧아진) 배급 대상 목록에 그대로 남을 만큼 중요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았다. 131



대부분의 브로커들은 고매한 이상의 실현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몇몇은 이념적 확신을 갖고 있을지 몰라도, 대체로 탈북은 순전히 이윤을 추구하는 하나의 사업이다. 139


그러나 새로운 경제체제의 요직은 모두 남한 사람들이 차지할 것이다. 그들은 자본, 교육, 경험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필시 정치적 도움까지 받을 것이므로. 통일 이후 북한의 자본주의는 다시 태어난 당 고위 관료들이 아닌 LG와 삼성그룹 임원들과 서울에서 출세를 위해 북으로 올라간 사람들이 만들어 갈 것이다. 165



그래서 많은 비판자들이 공단 사업을 두고 '노예노동 수용소'라고 표현했으나 이는 매우 부당한 것이다. 공제가 되더라도 개성공단의 일자리는 북한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정규직 직장이다. 지역 주민들은 개성공단의 공장에 들어가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234



경제 상황이 천천히 개선되는 것이 북한 정권에게 실제로는 위험할 수도 있다. 급진적인 개혁을 하지 않아도 북한이 어느 정도 성장할수는 있겠지만 중국이나 남한과 비교할 만한 성장률을 달성할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적 문제를 촉발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소득 격차는 점차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동시에 매일매일 먹고 사는 걱정을 덜게 된다는 것은 북한 시민들이 보다 많은 시간을 생각하고 대화하고 서로 어울릴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이는 북한정권에게 좋은 소식은 아니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사람들이 정말 절망적일 때 혁명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육체적인 생존을 위해 투쟁하느라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약간이지만 불충분한 생활상의 개선이야말로 권위주의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259



역사의 불의는 대부분 되갚아지는 일이 없으며, 많은 불의들이 그 불의를 저지른 사람과 그 후손 모두에게 후한 보상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도덕적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김일성 시대의 엘리트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들은 과거의 습관을 유지할 터, 거기에는 십중팔구 뇌물에 대한 놀라울 정도의 욕구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334


북한의 역사는 고매한 이상과 좋은 의도가 어떻게 나쁘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슬픈 사례이다. 북한을 세운 이들은 잔혹하고 간교했을 수는 있지만 결코 냉혈한 살인마라든지 권력에 굶주린 정치꾼은 아니었다. 그들은 오히려 완벽한 사회를 만들고 싶었던 신실한(또는 인정사정없는) 이상주의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잘못된 결정을 내렸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자식과 손자들은 잔혹하고 비효율적인 체제의 포로가 되었다. 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