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읽었던 책 구절 중에,
후각은 우리를 아주 먼 옛날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라는 구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프루스트의 책에서 영감을 얻었던건가 싶기는 한데
어릴때 그 구절의 의미가 너무 낯설었던 나머지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나는 어릴 때 후각을 인지활동에 거의 사용하지 않고 살았나보다.
감각에대한 또 다른 낯선 기억은 열두살 때 아파서 학교를 빠지고 병원에 갔는데
병원에서 돌아오면서 새 싹이 돋아나는 쥐똥나무를 보면서 '이게 봄이구나'하고 처음 자각했던 것.
내 생활 반경 주변의 나무들을 보면서 느꼈던 강렬한 또 다른 기억은
고삼 때 출석번호 때문에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창 너머로는 법원과 가로수들이 보였고
새봄 가로수들의 새 잎들의 연둣빛이 너무 지겹도록 오래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그리고 그 연둣빛이 너무 싫었다.
그 후 시절 중 한 때에는 푸르게 돋아날 나뭇잎들을 지독하게 그리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여튼 이러이러한 연유로, 두 달간의 첫 연구실생활에서 들었던 노래들을 기록한다.
연구실에서 누가 갑자기 날 부를지 모르는 것도 있고 책을 읽어야 하는 것도 있어서 조용한 노래들 위주로 듣곤 했다.
1. 이아립 - 인천여성영화제 '어머니'상영에서 듣고 나서 계속 돌려듣게 되었던 앨범들. '벌써 잊었나'와 '색깔로 치면 핑크'를 좋아했다.
2. 가을방학 소품집 - 그 당시 아침에 다니던 운전학원에서 나갈 때 들었던 '동거' 그리고 끔찍하게 덥던 어느 날 제2공학관을 빠져나오면서 들었던 '한낮의 천문학'
3. 김목인 1집 - '그가 들판에 나간 건'을 좋아했고, '뮤즈가 다녀가다'를 들으면 이리카페가 떠오른다.
4. 제이래빗 2집인가에 나오는, '요즘 너 말야'의 피아노 버전을 좋아했다. 노래로써 위로받는걸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 노래는 위로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좋아했다. '열외'상태로 말 걸어 주는 사람도 거의 없으나 설령 누군가는 받아주지 않더라도 서른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꼬박꼬박 인사해야했던 그 시절. 사람들 이름도 다 못 외워서 쩔쩔 매던 그 시절에, 이런 노래가 위안이 될 수 있다는걸 알았지
'요즘 너 말야 참 고민이 많아 어떻게해야할지 모르겠나봐'로 시작되는 구절이 너무 마음에 닿아서.
5. 짙은 - 백야
'오 오오오 우리는 만나리' 이 구절이 너무 좋아서. 피아노버전을 참 많이 들었었다. 일렁이는 감정의 파고.
6. 에피톤프로젝트 3집
사랑하는 사람 보겠다고 난데없이 유럽으로 날아갔다는 식의 컨셉이, '아니 무슨 그럼 어디서 자고 무엇을 먹고 비영어권 국가면 어떻게 생활을 해결하려고..비영어권 지역의 슈퍼가면 어차피 영어 안통하는데..당장 먹을거에도 영어 안써있고..'하는 식의 생각-은 내 독일생활에서 비롯되었다-을 하면서, 혼자 투덜투덜 하면서 들었던 노래들. 하지만 이 사람의 감수성은 유별나다. 찌질하다기보다는 정말 깨질 것 같은 감수성.
7. coralie clement 노래 중에 멜론에 없는 앨범이 있는데,그 노래를 참 좋아해서 뮤비를 자주 틀어놨다.
8. zaz - le long de route였나, 중간에 c'est cong~하는 파트가 있는데 저 말은 '우리는 멍청했다'라고 번역하는듯? 엘피씨 코드 못짜고 있는 내가 너무 멍청해서 좋아하면서 들었음.
9. 야광토끼 ep - 지옥같던 신입생 세미나가 끝나고 (엘피씨 짤 때가 한 열흘가량 되었는데, 그 때 매일매일 한 선배가 '얼마나 짰냐' '다 했냐'라고 꼬박꼬박 묻고는 했는데 꿈에서까지 나와서 질문받고는 했다...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해 ㅠㅠ) 이 앨범을 알았고, 가사들이 꽤나 직설적이라서 좋아했다. 그러나 라이브 너무 못해서 동영상 보고 기절
10. 룩앤리슨 1- 연구실에서보다는 연구실 빠져나와서 듣고는 했던 노래. 날더울땐 시끄러운 노래를 주로 듣곤 했는데 노래가 상큼하니 귀염귀염.
11. lasse lindh & 연진 - like you all 이 너무 귀여워서 자주 듣곤 했었다.
' i like the way you move~'
12. 4 to the bar 1st - 역시 연구실 나가면서 대운동장쪽으로 빠지면서 들을 때 기억이 뇌리에 깊게 남아있음.
13. 얄개들 1집 - 원래 난 얄개들을 좋아하니까!
14. 생각의 여름 2집 - 맨 뒤에 있는 노래 '깃'을 좋아했다. 곰사장 설명 만큼이나 '많은 것을 비운' 음악. '깃을 돌리세 사막으로 식은 사랑을 데우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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