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1면에 나왔던 책인데 생각보다 많이 괜찮은 책이다
음..철학 교양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책 치고 사람 머리 빠개지게 하는 구절 많고는 한데 이 책은 말 그대로 정말 쉽다. !!!!!!!!!
일본에서 나오는 교양서들중에 놀랍도록 쉬운 책들이 많은데, 이건 일본어의 특성 덕분인지?? 아니면 서양의 것들을 흠모하고 받아들이며 일본식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난 덕분인지??
이 책 읽고 나서 다른 원전으로 들어가면 그나마 훨씬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 철학책을 집을 수 있게 된 계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며...
책이 무척 가벼워서 좋고 ...
하드커버로 나온 니코마코스 윤리학 완역본이 괜시리 얄미워지고..
사상사를 기술하는 경우, 어떤 철학적인 개념을 정의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주체' '타자' '욕망' 등과 같은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서는 그 정의에 대해 학계 내부에서도 합의 형성이 힘듭니다. 따라서 '타자란 이런 것이다' 또는 '아니다 타자는 저런 것이다' 식의 교조적인 논의에 신경을 쓰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타자는 다른 사람이다'정도의 느슨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이 좋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p11 들어가는 말
학문이 해야하는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보기에 '자명한 것'이며 '자연적인 것'이고 '상식'으로 수용될만한 사고방식이나 감수성의 모습이 어떤 특수한 역사적 기원을 갖고 있으며 어떤 역사적상황에서 성장해온 것인지를 밝혀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p20
따라서 현재 우리가 지극히 자연스럽게 행하는 선과 악의 구분이나 아름다움과 추함의 판단은 그다지 보편적인 것이 못 됩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며, 결코 자기의 의식을 확대 적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것은 우리 시대, 우리가 사는 곳, 우리가 속한 사회집단이 지닌 고유한 '민족지적 편견'에 불과합니다. p20-21
세계에 대한 견해는 시점이 바뀌면 달라집니다. 따라서 하나의 관점만을 고집하며 '나는 다른 사람보다 바르게 세상을 보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우리는 현재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유효성을 알려준 것이 바로 '구조주의'입니다. p27
헤겔이 말하는 '자기의식'이란 한마디로 일단 자기가 서 있는 위치에서 떨어져 그 자리를 되돌아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어진 틀에서 벗어나 상상을 통해 마련된 전망 좋은 자리에서 땅 위의 자신과 주변의 사태를 조망하는 것입니다.인간은 타자의 시선을 가지고 자기를 돌아볼 수 있지만 동물은 스스로의 시선에서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에 자기를 대상화해서 직관할 수 없습니다.
(중략)
헤겔이나 마르크스 모두 '자기로부터의 괴리=조감적 시야'의 확보는 단순한 관상이 아니라, '생산=노동'에 몸을 던짐으로써 타자와의 관계 속으로 들어갈 때에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노동하는 사람만이 '나는'이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가 있다는 뜻입니다. '생산=노동'에 의한 사회관계에 뛰어들기 전에는 본질이나 특성이 결정된 '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가' 존재하기는 하겠지만 '나는 무엇인가'를 정의한다는 면에서 생각해보면 '나'는 결코 스스로를 직관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를 직관한다'는 것은 타인들 속으로 뛰어든 '나'를 풍경으로 조망할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p33-34
"관계망 속에 던져진 사람은 거기에서 만들어진 의미나 가체 따라 자신이 누구인가를 회고적인 형태로 알게 된다.주체성의 기원은 주체의 '존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체의 '행동'에 있다." 이것이 구조주의의 가장 근본이 되는 개념이며 모든 구조주의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생각입니다. p34-35
서로 연결된 관계의 매듭 안에서 주체가 '누구인가'가 결정된다는 생각을 '탈 중심화' 또는 '비 중추화'라고도 합니다. p35
우리는 자기가 개성이 풍부한 사람이며 독특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낀다고 믿지만 그 의식활동의 전체 과정에는 어떤 심적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눈을 계속 돌리고 있는 억압의 편견이 늘 자리잡고 있습니다. p42-43
그러나 그 도덕률은 어디까지나 '사유재산의 보전, 개인의 자기보존, 자기 실현' 그러니까 '자연권의 최대의 행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합니다. 선악의 규범 그 자체에 어떤 보편적인 의미나 인간적인 가치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기주의를 철저하게 추구하면 언젠가 '이타주의'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공리주의의 도덕관입니다. p52-53
니체에 따르면 '대중사회'란 구성원들이 무리를 이루어 오로지 '이웃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는'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바탕이 되는 사회를 가리킵니다. 비판이나 회의 없이 전원이 눈사태를 피해 달려가듯 동일한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이 대중사회의 특징이지요. 니체는 이러한 비주체적인 군중을 밉살스럽다는 듯이 '짐승의 무리Herde'라고 이름붙였습니다. p53-4
타인과 동일하면 '선', 다르면 '악'이 됩니다.그것이 이들이 지닌 도덕의 유일한 기준입니다. 이러한 짐승의 무리는 우리 시대에 대중이 보여주는 존재양태에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이제껏 강한 힘에 굴복해서 짐승의 무리가 된 사회집단은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근대의 짐승의 무리는 그것과는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왜냐하면 현대인은 '모두가 동일하게'되는 것 자체에서 '행복'과 '쾌락'을 찾아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p56
결국 자기초극의 향상심을 계속 지니고 있기 위해서는 '거기에서 벗어나야만 하는 그 장소'인 혐오스러운 '영원한 짐승의 무리'를 확실하게 고정시켜서 '언제라도 불러낼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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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말에 포함되어 있는 의미의 두께와 깊이를 소쉬르는 '가치valeur'라고 불렀습니다.(valuer는 흔히 '가치'라고 번역되고 signification[말뜻]과 구별합니다). 어떤 말이 지닌 '가치', 즉 의미의 폭은 그 언어 시스템 속에서 어떤 말과 인접한 다른 말과의 차이에 의해 규정됩ㄴ디ㅏ. 만약 어떤 말이 포함한 의미의 폭에정확하게 들어맞는 것을 '사물'이라고 부른다면 '말'과 '사물'은 동시에 탄생할 수 있습니다. p71
소쉬르는 언어활동이 별자리를 보는 것처럼 원래 선이 그어져 있지 않은 세계에 인위적으로 선을 긋고 별자리를 정하든 정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어활동이란 '모두 분절되어있는 것'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밤하늘의 별을 보며 별자리를 정하는 것처럼 비정형적이고, 성운 모양을 한 세계를 쪼개는 작업 그 자체입니다. 어떤 관념이 먼저 존재하고 거기에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니라 이름이 붙으면서 어떤 관념이 우리의 사고 속에 존재하게 된 것입니다.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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