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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에 놀았던거 지금 통수 맞는중. 기업과제 최종보고서 및 제안서. 제안서 작성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한주의 기운이 쏙 빠졌다. 제안서는 원래 내 예상에 없었던건데; 어젠 집에 한시에 들어갔다. 나와 언어구조가 다른 사람의 글을 받아서 고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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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허브 한달 채 못되어 재주문. 실론스토어로 홍차 직구하고 아이허브로 이것저것 직구하면서 느끼는 점은 영어를 이러려고 배운건가 싶은 그런... 국내의 시판 여드름화장품은 질이 썩 좋지는 않고 그나마 괜찮은건 처방전이 있어야 하는데, 저번에 피부과 약 일주일 복용하고 위장염과 장염에 걸리는 바람에 가질 못하겠다. 게다가 올해부턴 여드름 치료에 부가세가 붙어서 -.- 치료를 받기엔 가격 부담이 좀 된다. 여드름때문에 아이허브 입문했는데 아이허브 제품은 질도 좋고 값도 싸다. 한국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사는 바람에 한국어 페이지도 생기고 우체국 택배랑 협약도 맺었다. 나도 못타본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고 오더라.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왜 <미제>물품을 그리 좋아했는지 알거같다는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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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사촌들은 여전히 날 어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한다. 평생 못친해질거같단 생각이 든다. 막내삼촌은 참 다정한 사람이다. 내려가면 밤에 동네 드라이브도 시켜주고 시내 구경도 시켜주고 옷도 사주고 아이스크림도 사준다(?) 뭘 사주고 구경시켜줘서 다정하다기보단, 본인 딸한테 세세한거 하나하나 다 물어보고 딸의 일상을 판단하지 않고 다 들어주고 무엇보다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아서-아닐까. 우리아빤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없을거라는 생각을 하고, 나랑 동생도 아마 쉽지 않을거란 생각을 한다. 후후...대신 우리 가족은 서로 깐죽거리는데 그게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이다. 우리 가족은 맘에 안드는 사람한테는 말도 안걸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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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펀치 아프리카 관련 모금함에 갑자기 엄청난 후원금이 몰린건 엑소 시우민 팬들이 거기에 기부하기로 결정해서란다.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으로써 나도 가끔 유명하고 평판좋은 사람/단체/기업이 축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함께 일을 해주거나 아니면 홍보를 해주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들의 '선의'에 기대는 것이 지금으로써 내가 바랄 수 있는 최선일까? 하는 의문. 나는 '성소수자를 동정한다'거나 '고통받는 성소수자들이 안타까워서 내가 돕고싶다'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들었더니, 처음엔 고마웠는데 이제는 듣기 싫어졌다. 내가 왜 불쌍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걸까? 그렇게 해서 돈을 모으면 난 기뻐해야하나? 가난한 저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야 하는건가? 지난해 소셜펀치 후원함 개설했을 때 썼던 소개글은 그래서 일부러 담담하게 쓰려고 애썼다. (제목은 애가 탔지만) 나는 내가 일하는 곳이, 그리고 나의 일이 최대한 불쌍해 보여서 그걸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돈을 내고 싶도록 유도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이고, 왜 이 행사가 한국 사회에서 후원을 받아서라도 개최될 수 있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좀 더 깊이 내려가서, 돈이 많고 지지를 많이 받는 운동을 내가 하고 싶어 하는걸까? 아니면 뒤집어 생각해서, 우리 스스로 힘 받는 활동은 결국 우리'만' 힘받는 운동으로 끝나는가?
세련되고 아름답고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 것은 뭘까. 돈을 많이 들이고 판의 크기를 키우고 얼추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상관관계 있어보이는 전문가를 불러서 부탁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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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판단을 놓아버렸더니 사는게 좀더 수월해졌다 이것은 새로운 곳에서 생존하기위한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