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엘로이즈가 털어놓았다. 크리스가 알리기를 바랐다는 그들 사이의 진실은 더없이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메모장을 보니 그날 밤 나는 오래된 곰 인형을 안고 잤고 그로 인해 안정을 되찾았다고 한다. 벽을 발로 차서 구멍낸 걸 고백하는 것보다 이 사실을 털어놓는 게 좀 더 창피하다. 120 나는 가브리엘이 위니캇과의 정신 분석에 대한 글을 썼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어쩌면 치료가 효과적이어서 그녀로서는 글을 쓸 필요가 없었던 건지도. 그녀는 아마도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것이다. (..) 내 욕망이 인습을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면, 내 마음이 신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강요를 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