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를 달리는 남자, 김형준, 이매진

stri.destride 2014. 8. 4. 12:25



적도를 달리는 남자

저자
김형준 지음
출판사
이매진 | 2012-02-13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낯선 곳에서 익숙한 나를 만나다 ― 10막 10장 문화인류학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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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주변에 인도네시아에서 온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들에 대한 기억이 이 책을 빌리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문화기술지라기보단..인도네시아 연구자의 에세이라고 보는게 더 맞을 듯. 이 책 하나 읽는다고 해서 인도네시아에 대해 잘 알게 되는건 아니지만 약간의 엿보기 정도는 가능할 듯 하다. 


다만 저자가 박사를 호주에서 마쳤고 전공 또한 인도네시아라서 그런지 글 자체를 읽는 즐거움은 덜 했던 것 같다. 쓰여진 시간 간격이 긴 편이어서 글의 호흡이 약간 들쭉날쭉 하다는 것도 아쉬운점이라면 아쉬운 점. 




여기에는 그 공간에 익숙한 사람에게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규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맥도날드에서 바가지를 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데, 바로 이 단순한 점이 나를 편안하게 만든다. 아는 놈은 피해가고 모르는 놈은 당해야 하는 그런 규칙이 아니라, 다른 곳보다 비쌀지라도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43


이곳의 전통적 시간관이 한국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곳에서 내가 경험한 시간관 역시 한국과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주어지지만,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상이하게 경험할 수 있는 대상이 시간이라는 것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69


하루 종일 어눌하고 단순한 말만을 쓰다가 돌아오면, 미묘한 표현과 품격 있는 내용을 유창하게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아무도 없는 논에 가서 하고 싶은 말을 한국어로 마음껏 떠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물론 제대로 실천하지는 않았지만. 85


이것은 자바인이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감정 표현을 억제하는 문화적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감정통제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감정적 흔들림을 제어할 수 있게 도와주며, 이것은 품위 있는 행동거지로 표현된다.

감정 통제와 품위 있는 행동거지를 뒷받침하는 문화적 논리는 표리부동에 관한 중립적 평가다. 외부로 표현되는 모습이 개인의 내적 상태를 반영하는 상황은 성취되기 힘든 이상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내면과 외면의 불일치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되며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131


첫 조사 때 이 베착꾼을 만났다면 정말 좋아했을 듯하다. 배우지 못하고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노동의 의미에 관해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그 베착꾼을 이야기했을지 모른다. 그 사람의 말에서 현실 변혁의 가능성을 찾아낼 수도 있고, 계급 의식과 관련한 논쟁을 해결하는 단초를 얻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이미 상당히 변해 있었고 이곳 사정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가 아니었다. 나에게 그 사람은 일하기 싫어하며 현실에 관해 궤변이나 늘어 놓는, 그런 부류의 사람으로 보였다. 한편으로는 이런 내 태도에 어쩐지 켕기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지만. 214